[오이이와] 다른 세계 - 7화
[오이이와] 다른 세계 - 7화
Written by. Sanzo
오이카와 토오루
X
이와이즈미 하지메
잘못 들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화가 너머의 사이토는 너무도 절박하고 긴급했다.
- 빠, 빨리…… 빨리 이곳으로…….
“사이토 씨! 사이토 씨!! 거기가 어딥니까? 제대로 말씀해 주세요!”
덩달아 급해진 이와이즈미의 목소리에 사이토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장소를 말해 주었다. 다행히 타고 온 택시가 아직 출발 전이어서 이와이즈미는 다시 그 택시에 올라탔다. 사이토에게 들은 장소를 말하고는 최대한 빨리 이동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러면서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간략하게 사정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당장 그쪽으로 구급차 좀 보내! 그리고 너도 와. 아니, 너만 와.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 어, 그래. 알았다. 일단 끊자.
어느 때이건 이와이즈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그와 파트너로 움직인 아스마는 부탁 받은 대로 움직였고, 홀로 나와 전해 들은 장소로 이동했다. 한편, 이와이즈미는 어느 순간, 자신이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고 눈꺼풀도 떨려 시야가 흔들렸다. 오이카와가 총에 맞았다. 늘 총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니 그런 정도의 부상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이토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자신에게 일부러 연락할 사람도 아니고 그런 호들갑을 떨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불안했다.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하자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큰 부상이면 어쩌지? 피를 많이 흘렸으면?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죽으면……! 그러나 이내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괜찮을 거야. 오이카와라면 반드시!
도착했다는 기사의 말에 금액을 지불하곤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급하게 내렸다. 사이토의 말대로 말끔한 5층 건물이 보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틈도 없이 계단으로 달렸다. 꼭대기인 5층 사무실 문을 열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이카와와 사이토가 보였다. 문 여는 소리에 사이토는 엎드린 자세에서 슬쩍 눈을 떴지만 오이카와는 미동도 없었다.
“오, 오, 오이카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 아래에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시끄러운 소리에도 오이카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맞은 위치가 안 좋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옮겨야 합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죠?”
“큭……. 그 얘긴, 나중에, 하겠습니다.”
사이토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지만 괴로움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육안으로만 봐도 보통 부상이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구급대원이 올라와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갔다. 뒤늦게 올라온 이와이즈미의 동료 아스마는 넋을 놓은 채 앉아 있는 그를 부축해 구급차에 함께 태웠다. 구급차는 사이토가 지명한 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 아는 의사가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사실 그 병원은 오이카와가(家)의 주치의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병원장이자 오이카와의 주치의인 중년의 의사는 연락을 받은 직후부터 내내 응급실 앞에서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급차가 도착하자마자 급히 수술실로 이동한 오이카와는 그때부터 열 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거친 끝에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부상의 정도가 오이카와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편인 사이토는 그보다 더 빨리 수술실을 나왔다. 그리고 그제야 이와이즈미는 사이토에게서 불과 1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있었던 일을 들을 수 있었다.
“저희가 이와이즈미 씨와 헤어지고 난 뒤 고작 30분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사이토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사건이 발생하기 30분 전.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만을 남겨 둔 채 아쉬운 걸음으로 현장을 떠났다. 차에 올라 출발하기 직전, 사이토는 시동을 걸며 물었다.
“댁으로 모실까요?”
“아니. 애들 좀 모아야겠어. 아무래도 이번에 조직 정비를 해야 할 것 같거든.”
“가장 가까운 사무실로 정할까요?”
“음. 시부야 쪽이 좋겠어.”
“알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사이토는 오이카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 이해했다. 이런 소소한 것만 보아도 이들 사이의 신뢰가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시부야 중에서도 가장 한적하고 인적이 드문 지역. 상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5층짜리 건물에 오이카와가 소집한 조직의 수뇌부들이 모였다. 오이카와는 최근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조직 결속에 대해 일갈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수뇌부는 오이카와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그저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일장 연설이 끝나자 오이카와는 사이토와 함께 5층 사무실에 남아 앞으로 있을 몇 가지 일정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나머지 부하들은 여러 층에 나뉘어 쉬거나 개인 일을 보았다. 그렇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과라고 믿었는데, 부하 중 하나가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모든 것이 틀어졌다.
“보스, 잠깐 괜찮으십니까.”
들어온 자는 수뇌부 중에서도 가장 힘이 있는 히사시 켄지로였다.
“여, 히사시. 들어와 앉아.”
오이카와는 사이토와의 대화를 멈추고 히사시를 반겼다. 히사시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앉지 않고 그의 앞에 섰다.
“그래, 무슨 일이지?”
“보스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말해 봐.”
의자에 기댄 채 다리를 꼰 자세로 앉아 여유롭게 물었다. 히사시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이내 이렇게 물었다.
“만약 보스와 사이토 씨가 없다면 우리 조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저의가 뭐냐.”
참으로 뜬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오이카와와 달리 사이토는 이마를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듯 되물었다.
“저의라니. 전 그저 순수하게 여쭈어 봤을 뿐인데,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요.”
“이봐, 히사시.”
“그만.”
가만히 듣고 있던 오이카와가 손을 들어 둘의 대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왜 궁금한지는 모르겠지만, 글쎄. 우리 둘 다 없으면 너희 안에서 가장 괜찮은 녀석이 뒤를 잇겠지. 아니면 다 흩어지든가.”
그러자 히사시가 입술 끝을 밀어 올리며 웃었다. 소리 하나 없는, 지독히도 차가운 웃음. 다음 순간, 오이카와가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탕, 탕, 하는 두 번의 총성이 울렸다. 한 발은 오이카와가, 다른 한 발은 사이토가 맞았다.
“틀렸습니다, 보스. 정말 안타깝군요. 보스처럼 똑똑하신 분이라면 바로 눈치채실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보스와 사이토 씨가 죽으면 차기 보스가 되는 건 접니다. 바로 지금을 말하는 거죠.”
첫 발은 정확하게 오이카와의 가슴에 맞았다. 그리고 두 번째 탄환은 사이토의 왼쪽 어깨를 통과했다. 치명상은 피했지만 당장 총을 꺼내 보복 사격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여전히 불리한 입장이었다.
“어라, 사이토 씨는 멀쩡하네요. 어쩔 수 없이 한 발 더…….”
다시 한 번 겨누어지는 총구를 보며 사이토는 마지막을 직감했다. 오이카와는 정신을 잃은 채였고, 생사 확인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때에 다른 부하가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
“보스, 하라다입니……!”
문을 연 하라다는 내부의 상황을 보고 경악했고, 목격자가 생기자 히사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제거하려 했다. 그러나 빠르게 피한 하라다가 비상사태를 알렸고, 그 덕에 히사시는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 급히 도망쳤다. 등을 보인 히사시를 향해 사이토가 겨우 꺼낸 총으로 몇 발 쏘았지만 제대로 조준이 되지 않아 모두 빗나갔고, 오히려 역으로 공격을 당했다.
타앙-
도망치면서 쏜 히사시의 총알이 사이토의 다리를 스쳤다. 직접 맞은 것은 아니었지만 매우 가깝게 스쳐 거동이 불가능해졌다. 멀어지는 히사시를 보며 사이토가 비명에 가깝게 외쳤다.
“다들 나가서 저 자식 잡아!! 무슨 일이 있어도 잡으라고!”
부하들이 몰려 나간 뒤 사이토는 거의 기다시피 오이카와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흥건한 피와 창백해진 얼굴을 보니 마치 죽은 사람 같았다.
“보, 보스……. 보스!!”
아무리 크게 불러도 오이카와는 대답이 없었다.
* * *
“그럼, 그럼 그 자식은 어떻게 된 겁니까? 못 잡은 건가요?”
이와이즈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울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이미 차오른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추적하고 있으니 곧 소식이 올 겁니다. 저도 내일은 나갈 예정입니다.”
“무슨……. 그 몸을 해서 어딜 간다는 겁니까? 사이토 씨도 환자라는 거 잊었습니까?”
“전 괜찮습니다.”
“대체 어디가 괜찮다는 건데요. 됐으니까 얌전히 누워 계시죠.”
“하지만…….”
“얌전히, 아시겠습니까? 얌전히 계시란 말입니다.”
여느 때와 다른 이와이즈미의 기세에 사이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일은 제가 처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검찰에 맡기세요.”
말은 검찰이라고 했지만, 실은 저 혼자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사이토는 부하들에게서 정보가 들어오는대로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보 수집이 빠르기로 소문난 조직답게 오이카와의 부하들은 사라진 히사시를 도주 5시간만에 찾아냈다. 오이카와의 병실에서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며 앉아 있던 이와이즈미는 사이토의 전화를 받고 스르르 몸을 일으켰다.
호흡기에 의지한 채 핏기 없는 얼굴로 누워 있는 오이카와의 뺨을 어루만지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나오지 않는 미소를 짓느라 애를 써야 했지만, 이와이즈미는 그 앞에서 찌푸리고 싶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어도 자신이 웃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어 하는 듯이.
“갔다 올게. 잠깐이면 되니까 심심해도 조금만 참아.”
오이카와의 몸에 연결된 여러 개의 호스를 보고 있자니, 이와이즈미는 마음이 아려와 죽을 것 같았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자신을 맞아 주던 오이카와가 이토록 나약한 모습으로 누워 있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걱정 마, 오이카와. 내가… 갚아 준다.”
그 말을 남긴 채 병실을 나선 이와이즈미는 자신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총부터 꺼내 정비했다. 탄환을 장착한 뒤 품에 넣고 사이토가 일러 준 장소로 향했다. 인적이라고는 아예 없는 새벽의 부둣가. 녹슨 컨테이너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흉물스럽게 보였다. 이와이즈미는 늘어선 컨테이너를 지나 낡은 창고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사이토의 명령을 받아 히사사를 찾아낸 부하들이 나란히 서서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와이즈미를 알아본 그들은 서로 눈짓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하는 듯했다. 이와이즈미는 사이토의 연락을 받고 온 것이며, 히사시에 대한 모든 권한을 넘겨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걱정스러워 하는 그들에게 확신을 주는 말을 덧붙였다.
“알다시피 나는 오이카와를 그렇게 만든 이 사람을 용서할 생각이 없으니 걱정 말고 가시죠. 조용히 잘 처리하겠습니다.”
이와이즈미의 부탁에 다섯 명의 부하들은 어쩔 수 없이 창고를 떴다. 단 둘만 남았을 때, 이와이즈미는 비로소 히사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꽁꽁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히사시는, 이미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는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
“히사시 켄지로. 왜 그랬어? 왜 오이카와를 배신했을까.”
“큭……. 검사 주제에, 쿨럭쿨럭, 그런 말, 해도 되는 거야?”
맞은 곳이 아픈지 말을 할 때마다 연거푸 기침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이와이즈미의 얼굴은 차분했다.
“왜 안 되는데.”
“뭐, 뭐?”
“내가 오이카와 편에 서면 안 되는 이유가 뭔데. 말해 봐.”
“하! 기가 막히는군. 현직 검사가 야쿠자 편에 서겠다고? 미쳤어. 아주 단단히 미친 거야.”
“미쳤지. 그러니까 내가 미쳐 있는 오이카와를 건드렸으니 죽을 각오는 되어 있겠지?”
히사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이 남자는 지금 농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눈빛만 봐도 진심이다. 그 생각을 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와이즈미가 품에서 총을 꺼내더니 안전장치를 풀었다.
“나는 지금부터 널 놓아줄 거야.”
“뭐라고?”
“어디든 도망가. 대신, 나한테 잡히면 죽는 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묻지 말고 시키는대로 해. 안 그럼 넌 그냥 이 자리에서 죽으니까.”
얼떨떨한 표정의 히사시에게 다가가 묶인 끈을 풀어 주더니 도망가라고 부추겼다. 빨리 가라. 정확히 5분 뒤에 찾으러 갈 거니까. 알 수 없는 협박에 히사시는 어쩔 수 없이 창고를 벗어나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도망을 쳐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달려 컨테이너가 즐비한 길목에서 문이 열린 아무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 안에서 숨을 고르며 동태를 살피고 있는데, 어느새 나타난 이와이즈미가 컨테이너 사이를 거닐었다. 호흡을 멈추기까지 하며 눈으로 이와이즈미의 뒷모습을 쫓는데, 그가 철컥- 소리를 내며 노골적으로 총기를 흔들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아이처럼 어린 시절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입가에는 살포시 미소까지 지어 가며 히사시를 찾았다. 히사시는 그런 이와이즈미를 보며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그냥 열혈 검사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째서 저런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걸까. 처음엔 정말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히사시는 저 자신이 궁지에 몰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도망치게 해 주려는 것이 아니라 ‘사냥’하려는 속셈이다. 그걸 눈치채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알게 된 순간, 저절로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잡히면, 잡히면 죽는다. 그것이 히사시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이와이즈미를 따돌리며 계획을 짰다. 자신이 숨은 컨테이너를 지나친 것을 확인하고 소리 없이 나와 다른 컨테이너로 이동했다. 그런 식으로 서너 개의 컨테이너를 전전했을 때, 잘만 하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래. 몇 번만 더 따돌리면 나갈 수 있어. 검사 따위를 이기지 못할 내가 아니지. 다시 한 번 밖을 내다보니 이와이즈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때다 싶어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오래 걸렸네.”
컨테이너 측면에 서 있던 이와이즈미가 피식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꽤 오래 버티더라? 이와이즈미는 어느새 히사시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고, 히사시는 나오던 자세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정말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
“이래 봬도 검사니까. 누굴 쫓는 거 하나는 끝내주지. 네가 컨테이너 옮겨 다니는 거 다 보고 있었어.”
“……!”
“자, 이제 죽을 시간이군.”
“잠깐! 당신 검사잖아. 상대가 아무리 야쿠자라 해도 이렇게 막 죽여도 되나?”
그러자 이와이즈미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는 너는? 거두어 주고 조직 안에서 그 정도까지 클 수 있도록 해 준 보스에게 총을 쏜 건 괜찮은 건가?”
“그건……! 네가 뭘 알아? 야쿠자라면 언제나 타인을 뛰어넘어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기 마련이라고!”
“그게 야쿠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긴가? 내가 알기론 모두 같은 마음일 텐데. 뭐, 됐어. 어떤 마음으로 그랬든 알 바 아니니까. 난 그저 오이카와를 드러눕게 만든 널 없애고 싶을 뿐이야.”
이와이즈미가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다급해진 히사시는 무슨 말이든 꺼내서 그의 마음을 되돌리고자 했다.
“날 죽인다고 보스가 깨어나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이러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검사가 자기 마음대로 사람을 죽였는데, 과연 문책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걱정 마. 그건 네 몫이 아니라 내 몫이니까.”
“이봐!”
“검사가 야쿠자를 죽였다고 문책을 받을 것 같나?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을 받겠지.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 말고 그만 죽어.”
타앙-
총구를 떠난 탄환이 빠르게 날아가 히사시의 가슴에 박혔다. 이와이즈미는 무너지듯 쓰러지는 히사시를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가 맞은 곳과 동일해. 하지만 넌 여기서 죽을 거다. 아무도 구해 주지 않을 테니까.”
히사시는 숨어 있던 컨테이너에 기댄 채 싸늘하게 식어 갔다. 그런 히사시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린 이와이즈미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이와이즈미입니다.”
- 네.
“지금 막 끝났습니다.”
- 결과는…….
상대방이 말끝을 흐리자 이와이즈미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깨끗하게 처리했습니다.”
-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네, 놀라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네요.”
말하면서 허탈하다는 듯 허공을 응시하는 이와이즈미. 그런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은지, 상대방의 목소리가 괜스레 숙연해졌다.
- 제가, 했어야 할 일이었는데.
“아닙니다.”
- 아뇨. 제 일이었습니다.
몹시도 미안해하는 그에게 이와이즈미가 조금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일이기도 하죠. 오이카와가 관련된 일이니까요.”
그러자 상대가 낮은 소리로 웃는다. 이와이즈미가 놀랍다는 듯 물었다. 당신이 웃다니, 별일이군요. 사이토 씨.
- 이제 보스 걱정은 좀 덜어도 되겠습니다. 당신이 있으니까요.
“그런가요.”
-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뒷처리는 아까 거기 있던 우리 애들이 할 겁니다.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군요.”
- 그 정도는 제가 하게 해 주십시오.
사이토는 제가 가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이와이즈미가 잘 처리했다는 말에 내심 안심하기도 했다.
- 병원으로 오실 겁니까?
“가야죠.”
- 알겠습니다. 그럼.
“네.”
전화를 끊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시릴 정도로 새파란 색이 눈에 들어왔다. 오이카와, 지금 돌아갈게. 내가 돌아갔을 때, 네가 웃으면서 맞아 줬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너의 웃는 얼굴이 너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