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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마츠하나] 시선 - 2

- 마츠카와, 하나마키 둘 다 모델인 설정

- 의불 연성 주의





모델로서 자리를 잡고 인정을 받은지 꽤 오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 어떤 모델보다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수없이 많은 모델들과 함께 촬영을 해왔기에 누군가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다. 신입이라기엔 좀 그렇지만, 데뷔한지 오래지 않은 모델과의 촬영이 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눈여겨 봤던, 경력으로는 한참 후배인 모델. 서툴지만 금방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유심히 본 기억이 난다.


“안녕하세요. 하나마키 타카히로라고 합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다가와, 그러면서도 또랑또랑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아, 눈만 봐도 알겠다. 이 녀석이 날 동경하고 있다는 것쯤은. 그런데 싫지가 않다. 평소라면, 이런 기대에 가득 찬 눈동자는 사양이건만. 하나마키 타카히로, 너는 왠지 느낌이 좋아.


“그럼 지금부터는 두 분이 함께 촬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자유스럽게 포즈 잡아 보세요. 가을 느낌이 나게끔 배경도 신경 썼으니까 뭔가 분위기 있는 포즈면 더 좋고요.”


언제나 애매모호한 요구가 빗발치지만 이젠 이 정도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하나마키는 아닌가 보다. 아까 혼자서 촬영할 때보다 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연스러워야 할 포즈는, 노골적으로 나와 최대한 떨어져 있으려 하는 탓에 무척이나 어색해 보였다.


“하나마키.”


내 부름에 눈치를 보듯 나를 바라본다. 겁먹은 토끼 같아서 괜히 더 괴롭히고 싶어지네. 하지만 촬영이 먼저니까.


“좀 더 이쪽으로 와. 너 지금 앵글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을 걸?”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촬영 감독이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며 말했다.


“맞아요. 하나마키 씨, 마츠카와 씨 쪽으로 더 붙어 주세요. 두 분이서 친한 것처럼 보여야 하거든요. 꼭 캠핑 온 친구처럼요.”


캠핑이라. 그럼 더 붙어야겠네. 주춤주춤 다가온 하나마키의 팔을 확 잡아끌자,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그냥 바닥에 앉자. 이렇게. 이러면 훨씬 편하고 자연스러워 보이잖아.”

“오, 좋네요. 지금 아주 좋아요.”


내가 먼저 자리를 잡고 앉자 감독은 좋다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결국 하나마키도 내 옆에 앉았다. 긴장은 했어도 프로는 프로인지라 조금 지나니 곧바로 멋진 자세가 나왔다. 몇 장을 더 찍은 후 다음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두 분 다 이걸로 갈아입어 주세요.”


스태프가 건네는 옷을 들고 대기실로 들어가자, 막 니트를 벗으려던 하나마키가 움찔하며 다시 옷을 내렸다. 아, 진짜 저거 뭐야? 쟨 뭔데 저렇게 귀여운 짓을 하는 건데?


“뭐 해? 안 갈아입고.”


내가 먼저 니트를 훌렁 벗자 하나마키가 급히 시선을 돌렸다. 남자끼리 맨몸 보는 게 뭐가 어때서? 라고 생각했지만 하나마키는 아까부터 나를 의식하는 것 같다. 아, 내가 좀 만진 것 때문에 그러나? 하여간 귀엽기는.


“이, 입습니다.”


천천히 니트를 벗더니 다음 옷을 집어 든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허리 라인이 정말 죽인다. 남자 몸도 예뻐 보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마른 것에 비해 탄탄해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더 마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정도가 허리를 안았을 때 딱 좋거든. 자꾸만 만지고 싶은 충동에 시선이 떨어지질 않는다. 급기야 나는 하얀 피부를 보이고 있는 그의 등에 또 손가락을 대고 말았다.


스윽-


가운데 파인 골을 쓸어내리자 ‘히익!’ 하며 몸을 떤다. 와, 절로 입맛이 다셔지네.


“마, 마, 마츠카와 씨? 지금, 지금 뭐 하시는…….”

“장난.”

“네?”

“네가 아까부터 너무 긴장을 하니까 장난 좀 친 거야. 그러니까 어깨에 힘 좀 빼.”


하나마키의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게 또 미치게 귀여워서 슬며시 웃음이 났다. 아, 진짜 힘드네. 일만 아니면 그냥 확 쓰러뜨리는 건데.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참아야 해.


“마저 입어.”


보란 듯이 바지까지 갈아입자 그도 주춤거리며 입기는 했다. 하지만 갈아입는 내내 빤히 바라보는 내 시선에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조금이라도 이 갈증을 채우지 않으면 남은 촬영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벌떡 일어나 하나마키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마지막 옷매무새를 가다듬던 그가 깜짝 놀라 돌아선다.


“마츠카와 씨? 왜 그러시……흡!”


충동적이라는 거 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 손으로는 그의 허리를, 남은 한 손으로는 작고 동그란 머리를 감싸고는 그대로 입술을 포갰다. 처음엔 가만히 있더니 곧 벗어나려 바둥거리는 하나마키의 머리를 더욱 꽉 쥐었다. 허리 역시 바싹 내게로 끄니 포기했는지 저항을 멈추었다.


언제 스태프가 노크를 할지, 문을 열고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 그럼에도 우리 둘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서로의 입술을 탐닉했다. 특히 내가. 하나마키가 조금 숨을 헐떡일 때쯤 겨우 입술을 놓아주자 붉은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결이 쏟아졌다. 볼도 발그레 물이 들어 정말이지 잠깐만 이성의 끈을 놓쳤다간 완전히 쓰러뜨릴 판이다.


“마츠……카와 씨.”

“너 진짜 귀엽다.”


거의 내게 기댄 채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이 색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한 번 더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 뒤에야 허리를 놓아주었다. 구겨진 셔츠를 펴주고 헝클어진 머리카락까지 다듬어 준 다음에야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딴 데 가서 다른 새끼랑 이러면 안 된다.”

“……?”

“나 말고 딴 놈이랑 입술 겹치다 걸리면 죽는다고.”


그래, 이젠 인정한다. 그냥 관심이 가는 후배가 아니라 마음이 가는 녀석이었다는 것을. 나 이외에 다른 남자랑 얽혀 있으면,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그리고 방금 그거 뭡니까? 왜 저한테 키스를…….”


이 고지식한 귀염둥이를 어쩐다? 이성이 마비될 것 같아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아, 눈 동그랗게 뜨고 따지는 거 봐라. 너 어디 가서 그런 얼굴로 누구한테 따지지 마라. 잡아 먹힌다. 물론, 그러기 전에 내가 반은 죽여 놓을 거지만.


일단은, 이 분위기부터 수습해야 할 텐데. 뭐라고 해야 할까?


“아, 늦었다. 빨리 나가자.”

“……네?”


황당하다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것마저 예뻐 보이면, 완전히 중증인 거지? 하지만 하나마키에게 사실대로 말했다간 분명 도망칠 테니까. 조금 더 가까워지고 여유가 생기면 그 때, 천천히 말해야겠다.


아, 그래도 좀 전의 상황 정도는 설명을 해야겠지.


“네 입술이 하도 맛있어 보여서 맛 좀 봤다.”


이 정도면 되겠지?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하나마키의 팔을 잡아끌며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 열기 전, 당부하듯 천천히 말했다.


“만약 다른 놈들이 너한테 달려들면, 사정없이 날려 버려. 발로 차든 머리로 박든.”

“마츠카와 씨,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빨리 대답이나 해.”

“저기요…….”

“하나마키.”

“…….”

“대답해.”


끈질긴 요구에 결국 하나마키는 네, 라고 대답했다. 이기적이라는 건 알지만 이렇게라도 대답을 듣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만족스러운 답을 들은 후에야 나는 대기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카메라 앞에 섰다. 하나마키 역시 조금 전의, 그 당혹스러운 표정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미안했다. 하지만 이미 그를 향해 넘치기 시작한 마음을 멈출 생각은 없다. 오히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 귀여운 토끼를 내 품 안에 가둘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그리고 그 때, 감독의 요구에 따라 나와 하나마키는 점점 거리를 좁혀 거의 붙어 있는 포즈를 취하게 되었다. 요구에는 없었지만, 그에게 닿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그의 어깨를 감쌌다. 누가 봐도 친한 남자끼리의 우정 넘치는 포즈였다.


좋다며 연신 셔터를 누르는 감독과 감탄을 내뱉는 스태프들. 그 사이에서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마키의 어깨가 떨리고 있다는 것. 얼굴은 그 누구보다 즐거운 듯 멋진 미소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몸의 감각은 달랐다.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 내가 그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뒤엉켜 묘한 만족감을 불러 일으켰다. 나도 모르게 진심이 담긴 미소가 지어졌다. 예상대로 감독의 칭찬이 또 이어진다.


“오오! 마츠카와 씨, 지금 아주 좋습니다. 방금 표정 정말 멋졌어요. 하나마키 씨도 좋아요. 조금만 더 환하게 웃어 보세요.” 


어떡하지, 하나마키? 너 아무래도 나한테 잘못 걸린 것 같다.

직접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넌 이미 내 손에서 벗어나기엔 그른 것 같아. 그러니까 이리 와, 토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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