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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마츠하나] 시선 - 3

- 마츠카와, 하나마키 둘 다 모델인 설정

- 의불 연성 주의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마츠카와 씨가 하는 말이나 행동…… 전부 다 모르겠다. 촬영은 어떻게든 마쳤는데,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찬물로 샤워하고 침대에 누으면, 오늘의 기억이 사라질까? 터질 것처럼 뛰는 이 심장이 조금은 잦아들게 될까?


촬영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마츠카와 씨를 향해 꾸벅 머리를 숙인 뒤 도망치듯 나왔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지만 제대로 듣지 못했으니 그냥 아예 못 들은 걸로 하자.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새 지하철역 입구까지 와 있었다. 아, 오늘은 이모네 가게에 들러야 하는 날인데. 깜박하고, 평소의 습관대로 지하철을 타러 왔다. 이모 가게에 가려면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릴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냥 다음에 간다고 하자. 물론, 이모가 서운해하실지도 모르지만. 모델이 되기 위해 홀로 도쿄로 상경한 나를, 데뷔할 때까지 살뜰하게 챙겨 주신 분들이 바로 이모 부부다. 데뷔한 후로는 곧바로 독립해 나왔지만, 이모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게에 들러 밥을 먹고 가라고 하셨다.


그게 단순히 밥만 먹으라는 뜻이 아니라 혼자 사는 내가 걱정이 되어 얼굴이라도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주에 한 번은 반드시 들렀었다. 그런데 만약 오늘 가지 않으면 이번 주는 거르게 된다. 오늘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생각에 기다리고 계실 이모를 생각하면 가는 게 맞겠지만, 어쩐지 내키지 않는 날이다.


“할 수 없지.”


결국 핸드폰 액정에 뜬 숫자 버튼을 꾹꾹 눌러 전화를 걸려는데,


우우우웅-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가 뜨기에 무시하려 했지만 끈질기게 끊지 않는다. 그래서 거절을 한 후 다시 이모에게 전화를 하려는데 또 똑같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아, 씨. 누구야?”


혹시나 급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통화, 라고 쓰여진 글자를 꾹 눌렀다.


“여보세…….”

- 하나마키.


헐. 뭐지? 이 익숙한 목소리는?


- 하나마키?

“네, 네.”

- 왜 그렇게 놀라?


수화기 너머로 큭큭, 웃는 소리가 들린다. 마츠카와 씨다. 대체 이 사람이 내 번호를 어떻게 아는 거지? 오늘 처음 만났는데! 설마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봤나?


“아……. 근데 마츠카와 씨가 제 번호를 어떻게 아세요?”

- 알아보는 거야 어렵지 않지. 근데 지금 어디 가는 중이야?

“집에…… 에? 혹시 저 보고 계세요?”


마치 근처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에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내 옆으로 잘 빠진 차 한 대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조수석 쪽 창문이 열리며, 조금 전 핸드폰 너머로 들었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들려왔다.


“탈래?”


아뇨. 제가 알아서 가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지하철 타면 금방이에요.”


마침 역에 들어가려던 참이었으니까. 하지만 마츠카와 씨는 의외로 물러서지 않았다.


“타. 데려다 줄게.”


몇 번이나 괜찮다고 했는데도 가지 않아서, 부득이 그의 차에 올라타고 말았다. 늦은 오후, 대로변에서 이런 실랑이를 벌이면 단연 눈에 띌 테니까. 게다가 키가 커서 더 그렇다.   

 

“집이 어디야?”

 

흔하디 흔한, 자연스러운 대화이건만. 난 왜 긴장을 하고 있냔 말이다. 조금 주저했으나 내가 살고 있는 빌라의 주소를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 생각이 달라졌다.

 

“저기……, 집까지 안 가도 되니까 저 앞에서 세워 주세요.”

“왜?”

 

은은하게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멋지게 운전하던 그가 곁눈질로 나를 바라보았다.

 

“좀 들러야 할 데가 있어서요.”

“데려다 준다니까. 어디든.”

“이모 댁에 가려고요. 저 앞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이모가 하는 음식점이 있거든요.”

“그래?”

 

그러더니 피식 웃는다. 왜 웃지? 마츠카와 씨의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내려올 줄 모른다. 이모 댁에 간다는 얘기가 웃길 리가 없는데.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마츠카와 씨의 차는 우회전을 한 뒤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가게가 어디야?”

“저기 보이는 빨간 간판이 달린 집이에요. 여기서 세워 주시면 돼요.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은,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하고 싶다. 하지만 괜히 친한 척을 한다고 생각할까 봐 겁이 났다. 물론 마츠카와 씨 성격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밥은 다음에 같이 먹는 걸로 하자.


인사를 한 뒤 얼른 차에서 내려 한 번 더 꾸벅,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이모의 가게로 쑥 들어갔다. 내가 올 것을 기다리셨는지 이모가 반갑게 맞아 주셨다.


“타카히로, 이번 주는 안 오는 건가 했어. 배고프지? 얼른 앉아.”


언제 만나더라도 이모는 늘 웃으며 반겨 주신다.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일은 힘들지 않았는지, 불편한 사람은 없는지. 마치 엄마처럼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는 덕분에 가게에 올 때마다 행복하다. 이모가 만들어 주신 특제 카레라이스가 나타나자 자동으로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오늘도 사진 찍었니?”

“네. 근데 오늘 드디어 그 사람을 만났어요!”

“마츠카와라고 했던가? 네가 좋아하는 모델 이름이.”

“맞아요.”


카레 한 숟가락을 뜬 채 여전히 입으로는 마츠카와 씨에 대해 조잘조잘 떠들었다. 내가 그를 동경해 모델이 되었다는 것을 이모도 잘 알고 있었기에 함께 기뻐해 주셨다.


“좋았겠구나.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더니.”

“그 사람이랑 같이 촬영한다는 말 들었을 때, 솔직히 안 믿었거든요. 근데 촬영장에 가니까 정말로 있는 거예요. 너무 깜짝 놀라서…….”


그 뒤로도 마츠카와 씨에 대한 나의 예찬은 계속되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이모의 눈에 따뜻함과 인자함이 비쳤다.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행복해하신다는 걸 안다.


“얼마나 멋있는지 나도 직접 보고 싶구나. 매번 티브이나 네가 가져다 주는 잡지로만 봐서 더 궁금하네.”

“직접 만나면 아마 깜짝 놀라실 거예요. 티브이나 잡지로 보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르거든요.”


그리고는 마츠카와 씨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으려는데,


“호오, 네가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네.”


흠칫-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뭐지, 이 익숙한 목소리는? 뻣뻣하게 굳은 목을 천천히 돌리자 가게 문에 기댄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마츠카와 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와, 젠장. 망했다. 좀 전까지 내가 한 말을 다 들은 거야? 아니, 근데 저 사람은 대체 언제부터 와서 서 있었던 건데! 왔으면 기척이라도 할 것이지!


“어머나, 말로만 듣던 마츠카와 씨네? 맞죠?”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치 알고 지냈던 것처럼, 마츠카와 씨는 친숙하게 인사하며 내 옆에 앉았다. 왜 집에 안 가고 여기 있는 건데!


“주차를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었구나.


“아이고, 앉아요, 앉아. 아직 저녁 안 먹었죠?”


이모는 활짝 웃으며 적극적으로 자리를 권했다. 마침 이른 저녁 시간이라 아직 손님이 없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우리 이모는 오늘부터 내가 아니라 마츠카와 잇세이의 팬으로 전향할 것 같다.


“타카히로 만들어 주고 남은 게 있는데, 카레 괜찮죠?”

“네. 아주 좋아합니다.”


제발 그렇게 웃지 마세요. 마츠카와 씨가 그런 식으로 눈을 휘면서 웃으며 10대부터 60대까지의 여성이 전부 쓰러지니까요.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고요.


“가신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이모님 음식 솜씨를 꼭 맛보고 가야지.”


이모는 인자하게 웃던 모습에서, 그야말로 천상 여자의 미소를 지어 보이시며 마츠카와 씨의 밥 위에 카레를 듬뿍 부었다. 하아, 정말이지 미치겠네. 역시 저 얼굴은 못 이겨. 저렇게 잘생긴 걸 어떻게 이기냔 말이야. 내 심장도 막 벌렁거리는데.


후끈 달아오른 심장을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하는데, 내 귓가에 대고 그가 속삭였다.


“너 얼굴 빨갛다. 유혹하는 거야?”


쿠당탕탕-


“타카히로? 괜찮니?”


막 음식을 내오던 이모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너무 당황해서 그만 의자와 함께 넘어지고 만 것이다. 날 놀리는 건가? 내 반응이 재미있어서? 하지만 나는……. 아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랬다간, 지금 정도의 관계도 무너지고 말 텐데.

나 스스로가 기가 막힐 정도로, 나는 마츠카와 씨에게 마음을 쏟고 있다. 처음엔 이게 그냥 팬으로서, 또는 후배로서의 관심인 줄 알았다. 동경하는 대상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 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깨닫고 보니 그 질이 완전히 달랐다. 그러니 말 못 해. 절대로.


“괜찮아요. 제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게 앉아 있었나 봐요. 하하하.”

“조심해야지.”

“하하…… 네.”


어색한 웃음으로 어떻게든 무마했는데, 마츠카와 씨는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키득키득 웃고 있다. 진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여기요, 마츠카와 씨.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


이모의 카레라이스는 내 기준에선 단연 최고다. 하지만 고급 요리만 먹어 봤을 것 같은 마츠카와 씨의 입맛에도 맞을지는 모르겠다. 괜히 긴장된 마음으로 살짝 그를 훔쳐 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맛있게 먹었다. 그러면서 연신 이모의 솜씨를 칭찬했다. 이모의 반응이야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하늘로 승천하실 것처럼 좋아하신다.


“종종 와요. 내가 다른 건 못해도 맛있는 밥 한 끼는 늘 대접할 테니까요.”

“말씀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어머, 빈말로 하는 소리 아니에요. 우리 타카히로가 좋아하는 분인데. 아무 때나 오세요.”


쿨럭쿨럭. 물을 마시다 사레에 걸렸다. 설마, 하는 마음에 슬며시 고개를 들자 마츠카와 씨가 테이블에 팔꿈치를 딛고, 턱을 괸 채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나 좋아해?]


쿵쾅쿵쾅-


내 심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뛴다. 애써 감추려던 것을 들킨 아이처럼, 꼼짝도 못한 채 시선을 맞추고 있자 이어서 다시 입술을 벙긋거렸다.


[나는 좋아해.]


뭐를?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그가 피식- 웃는다. 그 미소와 함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너.]


삐이이이이이-

 

머릿속에서, 심정지를 나타내는 경고음이 울렸다. 그 순간 내 심장은 나를 향해 웃는 마츠카와 씨의 미소로 인해 완전히 넉다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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