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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오이이와] 남자 신부 - 2

[오이이와] 남자 신부 - 2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왔다. 오는 내내 다리를 절룩이는 것이 못내 신경이 쓰여 결국 사람이 드문 복도에 왔을 땐 아예 안에서 이동했다. 갑자기 안아 올리는 손길에 놀랐지만, 이와이즈미는 묵묵히 안겨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이와이즈미를 의자에 앉힌 오이카와는 즉시 다친 다리부터 살폈다.

 

“어쩌다 이랬어.”


발목이 부어 있는 것을 보자 괜히 속이 상하고 울컥했다.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살짝 삐끗했어.”


누군가의 실수 때문이라고 말하기가 뭐했는지, 자신이 잘못한 것으로 말했다. 그리고 오이카와의 얼굴은 처음보다 더 굳어졌다.


“가벼운 염좌 같아. 붕대 감아 줄 테니까 며칠 동안은 조심해서 움직여.”

“응.”


무릎을 접어 바닥에 꿇은 채 이와이즈미의 다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오이카와의 손길은 따뜻하고 다정했다. 비록 말투에서는 냉기가 흘렀지만 속마음까지는 다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 오이카와를 보며 이와이즈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말해야 한다. 이제라도 말하고 사과해야 해.


“토오……”

“근데 병원엔 어쩐 일이야?”


타이밍이 어긋나는 바람에 말이 묻히고 말았다.


“갈아입을 옷 좀 가져다 주려고 왔어. 네 책상 위에 놓고 가는 길이었거든.”


오이카와는 슬쩍 책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종이가방이 놓여 있었다.


“일부러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데. 오늘은 들어가려고 했거든.”


고맙다는 말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필요 없다는 듯 대꾸하는 것은 꽤나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냈다.


“토오루, 미안해.”

“갑자기 뭐가. 필요 없는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온 거? 아니면 집에 가다가 다쳐서?”

“……7년 전에 너한테 그렇게 말한 거. 그게 미안해.”


움찔-


붕대를 감던 움직임이 멎었다. 설마 이와이즈미가 먼저 그때의 일을 꺼낼 줄은 몰랐기에 오이카와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부지런히 움직여 붕대가 풀리지 않도록 테이핑까지 꼼꼼하게 마무리 지었다.


“왜 미안한데? 넌 내가 싫었고, 그래서 거절한 거잖아. 미안해할 일 아니야.”

“아니야. 절대, 그런 거 아니야.”


오이카와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대체 뭐가 아니라는 거야? 그럼 그냥 내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였어?


“아니야, 토오루. 상처 주려고 한 것도, 네가 싫은 것도 아니었어.”


이와이즈미는 없는 용기를 짜내 말하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냉정하게 대하는 오이카와가 그리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 역시 7년 전의 오이카와에게 똑같이 대했기 때문이었다. 마음속 깊이 담아 두었던 고백을 꺼내기 위해 그가 얼마나 용기를 내야 했을지, 지금의 이와이즈미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지만 그때는 미처 몰랐었다. 그것까지 생각지 못했었다.


“적당히 해, 하지메. 이제와 그런 얘기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좋으나 싫으나 결혼도 했으니 그냥 살자.”


그리고는 이와이즈미가 가져다 준 종이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던 오이카와는, 다급히 팔을 붙잡는 손길에 걸음을 멈추었다. 슬쩍 내려다보니 이와이즈미의 손이, 팔 전체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오이카와를 잡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뭐하는 거야. 놔.”

“내 얘기 듣고 가.”

“듣고 싶지 않아.”


오이카와가 차갑게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막 출입문의 손잡이를 잡으려는 찰나,


“좋아해!”


외치듯 마음을 보인 이와이즈미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널 좋아한다고. 네 마음은 벌써 떠났겠지만.”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이와이즈미는 계속해서 감춰 두었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널 사랑해. 7년 전에는 너도 알다시피 난 아직 임용에 합격도 못한 백수였어. 말이 좋아 취업준비생이지 그냥 백수잖아. 게다가 아버지 회사도 안 좋았고. 융자금을 돌려받지 못해서 경영난을 겪을 때였어.”

“…….”


오이카와는 선 자세 그대로 이와이즈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듣는 목소리인 것 같았다. 결혼 후에도 거의 대화 없이 지냈기에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너에게 고백을 받았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아서 더 기쁘고 행복했지만, 그때의 나는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단 말이야. 너는 승승장구해서 금방 의사가 됐고, 해외로 봉사활동까지 간다고 하는데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자괴감까지 들었다고.”


당시의 이와이즈미는 앞서 두 번 실패한 임용고시에 아버지의 회사까지 어려워져 완전히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런 때에 오이카와에게 고백을 받았고, 괜한 자격지심과 질투심에 일부러 상처를 주었다. 좋아하면서도, 너무도 사랑하면서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전하지 못했다.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내가 너무…… 같잖은 자존심을 세우느라 너를 몰아냈어. 네가 떠나고 난 다음에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고, 되돌리기엔 우리 사이가 너무 멀어져 있었어.” 

“…….”

“그 해에 난 시험에 합격했고, 곧바로 네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계속해서 해외에 거류 중이라는 말만 들었어. 연락처도, 해외 주소지도 알 수가 없더라. 심지어 너희 부모님도 모르신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오이카와는 자신을 철저히 지웠었다. 필요에 따라 연락하고, 자주 거주지를 바꾸었다. 때문에 일정한 주소가 없어 그의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이었다.


“어쨌든 미안해. 네 말대로 이제와 이런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그래도 꼭 말하고 싶었어.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그저 바보 같은 내 자존심 때문이었다는 걸. 내가 멍청해서…….”


걸음을 돌린 오이카와가 종이가방을 놓고 그대로 이와이즈미를 품에 안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안고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이와이즈미는 그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오이카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를.


괜찮다고. 이제라도 말해 줘서 고맙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그 모든 마음이 담긴 몸짓이었다. 예전과 같은 다정한 손길에 이와이즈미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를 악물고 입술을 깨물어도 눈물은 멈춰지지 않았다. 한참을 서럽게 울던 이와이즈미의 울음이 멎자 오이카와는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눈물 자국을 지워 주었다.


“나도 미안해. 다시 상처 받기 싫어서 계속 널 피해 다녔어. 진작에 네 얘기를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오이카와의 가슴에 기대고 있던 이와이즈미가 고개를 저었다.


“나 같아도 그랬을 거야. 넌 아무 잘못 없어.”


그러면서도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오이카와가 입고 있는 가운을 꽉 잡았다. 오이카와는 픽- 웃으며 이와이즈미를 다독였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품에서 그를 떼어 놓고 말했다.  


“하지메, 우리 결혼식 때 그거 안 했지.”

“뭐를?”

“이거.”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이카와의 입술이 이와이즈미의 입술을 완전히 덮었다. 놀라서 꼭 다물고 있는 입술을 살살 두드리며 핥자 슬며시 벌어졌고, 오이카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에게 매달린 채 달뜬 숨을 내뱉었고, 오이카와는 굶주린 짐승처럼 이와이즈미에게 파고들었다. 이리 엉키고 저리 엉킨 혀가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몇 번이고 서로를 붙잡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떨어진 입술 사이로 긴 타액이 실처럼 늘어졌다. 마주 본 두 사람 모두 말할 수 없는 행복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것을, 그동안 왜 풀지 못하고 7년이나 끌었을까. 지나간 시간이 아까워 화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입술을 부딪쳤다. 




*




“이따 집에 올 거지?”


이와이즈미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같은 질문만 세 번째 하는 중이었다. 오이카와가 없는 밤을 혼자 견디며 기다렸던 시간이 긴 만큼, 간다고 말을 했어도 여전히 불안했던 것이다.


“갈 거야. 꼭.”


오이카와는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와이즈미의 이마에 꾹, 입술로 도장을 찍었다. 그제야 이와이즈미는 웃으며 사무실을 나갔다. 보내기 싫은 건 오이카와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기에 함께 돌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가기만 하면, 오늘은 반드시 참고 참았던 인고의 시간을 보상 받으리라 다짐했다.


오이카와와의 일이 해결되자 이와이즈미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얼굴로 복도를 벗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분명 아까 왔던 길인데도 감회가 새로웠다. 가슴이 떨리고, 무엇인지 모를 감정이 벅차올라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음, 다리는 치료 하셨나 보네요.”


고개를 돌리자 아까 자신을 걱정해 주었던 그 의사가 방긋 웃고 있었다.


“아…… 아까 그 선생님.”

“네. 오이카와 선생님과 아는 사이신가 봐요? 진료도 오이카와 선생님이 봐 주셨나요?” 


어차피 오이카와가 결혼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아 이와이즈미는 최대한 미소를 자제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 너무도 행복해 표정 관리를 하지 않으면 바보처럼 웃고만 있을 것 같아서였다.


“네, 맞아요. 저는 오이카…….”

“친구, 맞죠?”


아닌데. 다시 정정해서 말하려는 순간, 그가 바싹 붙으며 이와이즈미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걷기 힘드실 테니까 계단 내려갈 때까지만이라도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오이카와 이외에는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던 이와이즈미인터라, 의사의 친절이 과도하게만 느껴졌다.


“아뇨, 괜찮습니다. 난간 잡고 천천히 가면 돼요.”

“그래도 힘들어요. 우리 병원이 쓸데없이 계단이 좀 많거든요.”


당신 호의가 더 쓸데없어! 확고한 거절의 뜻을 밝혔는데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그에게, 정확히 선을 그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와이즈미가 얼굴을 구긴 채 막 한 마디 하려는 때였다. 그보다 한발 빠르게,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의사를 제지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이, 남의 아내에게 뭐하는 짓이야?”


어느새 나타난 오이카와가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이와이즈미의 허리에 감긴 팔을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