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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오이이와] 그래도 다시 너...

 

 [오이이와] 그래도 다시 너...

 

 

 

 

우리는 5년 전에 헤어졌다.

고등학교 때 열렬하게 사랑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마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겠지. 둘 다 어렸으니까. 
그랬던 그를, 5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것도 이사한 바로 그 날, 서로의 집 베란다에서.




"오이카와, 이건 어디다 놓으면 되냐?"

"그냥 적당히 둬. 어차피 다시 정리해야 돼."

"알았다."


마츠카와는 들고 있던 상자를 거실 한쪽에 대충 내려놓았다. 방금 이사한 집답게 모든 것이 어수선하고 어지러운 방. 뭔가 더 해주고 싶었지만 건드려 봤자 오이카와가 다시 할 게 뻔하니 하지 않기로 했다. 일을 두 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맛층, 고마워. 밥이라도 먹고 가."

"아니. 아르바이트 시간이 다 돼서 가야 할 것 같아."

"그래도 그냥 보내기 미안한데. 뭐라도 먹고......"

"다음에. 집 다 정리되면 불러. 그때 와서 밤새 놀아 줄 테니."

"알았어. 오늘 고마웠다."

"수고."


마츠카와가 사라지자 텅 빈 집엔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몸은 이미 피곤에 절어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정리를 하지 않으면 잠 잘 곳도 없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오이카와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을 때, 커튼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탁 트인 곳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후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시선을 멈춘 곳엔 그가 있었다. 5년 전에 헤어진 연인, 이와이즈미 하지메.
그도 놀랐는지 담배를 물고 있는 자세 그대로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담배가 타들어가며 툭, 재가 떨어졌다. 


"이와....쨩..."


이 이름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게 대체 얼마만일까. 오이카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건 이와이즈미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5년간, 일부러 찾으려고도 하지 않고 소식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두 사람이 이렇게 예고도 없이 만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걸까?


자, 자, 자, 잠깐만! 지금 새로 이사 온 이 빌라에 이와쨩이 살고 있었단 말이야? 그것도 바로 옆집? 게다가 베란다 사이가 너무 가깝잖아. 옆집인 거 맞아? 이 정도 거리면 저기 있는 파티션, 의미 없지 않아?


자신의 집 베란다와 이와이즈미 방의 베란다가 건물의 구조상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기에 오이카와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하필이면 코너와 코너가 만나는 지점의 방이어서 파티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먹고 넘어가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오이카와? 설마 옆집에 이사 온다던 사람이 오이카와였냐? 하! 말도 안 돼.


이와이즈미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서둘러 눌러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타이밍을 놓친 오이카와는 미처 부르지도 못한 채 그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다음 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마주쳤다. 어색하고 불편한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순간. 오이카와는 슬쩍 고개를 돌려 이와이즈미를 바라보았다.


이와쨩, 이젠 슈트가 어울리는 남자가 되었구나. 삐죽머리인 건 여전하지만.


날렵한 옆모습을 보며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 순간, 이와이즈미의 시선이 오이카와를 향했다. 웃고 있던 오이카와가 깜짝 놀라 미소를 지웠지만 감추기에는 이미 늦어 있었다.


"뭘 웃냐."


퉁명스럽게 물었지만 이와이즈미는 내심 안심했다.


아직도 나를 보면서 웃어 주긴 하는구나. 다행이다.


그 옛날, 자신을 보며 늘 미소 지었던 오이카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와쨩, 이와쨩은 왜 못생긴 거야? 오이카와 씨처럼 생겼으면 얼마나 좋아?


짓궂은 농담을 던지면서도 시선은 늘 자신을 향해 있었다. 못생겼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면서도 그의 눈동자에는 늘 자신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그저, 오이카와만의 애정 표현 방식인 것을 알고 있었다.


"아, 아니. 이와쨩 슈트 잘 어울리네."

"그래? 난 아직도 어색한데."


땡.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두 사람 다 타긴 했지만, 혹시라도 누가 더 타지는 않을까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더 이상 타는 이는 없었다.
문이 닫히고, 스르륵 내려가는 동안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보다 한 발 뒤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끈한 목선, 무난히 슈트를 소화해 내는 핏, 여전한 삐죽머리까지.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그리고 그 시선을, 이와이즈미가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대놓고 쳐다보는 노골적인 시선이었으니까.

결국, 참다못한 이와이즈미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오이카와를 향해 돌아섰다.


"뭐가 또 문제라서 쳐다보ㄴ.....읍!"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오이카와가 뻗은 손이 이와이즈미의 목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격렬하게 입을 맞췄다.
왜 그랬는지는 오이카와 본인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이와이즈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을 뿐.

끈적한 소리와 함께 오이카와는 남은 손으로 뒤로 빠지려는 이와이즈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꼼짝 없이 갇히게 된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어깨를 밀어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목과 허리가 잡혀 있어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땡.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입술이 떨어졌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도 되는 듯 투명한 타액이 실처럼 늘어졌다. 문이 열리자 오이카와가 먼저 내렸다.
이와이즈미를 향해 씩, 웃어 보인 뒤 아무런 말 없이 나갔다. 뒤이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와이즈미가 다급히 달려가 앞서가던 오이카와의 어깨를 잡았다.


"어이."

"......."

"나한테 할 말 없냐?"

"글쎄."


울컥.

아무 말도 없이 키스해 놓고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오이카와를 보자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 알았다. 붙잡아서 미안하다."


그것이 아무런 감정이 없는, 그저 충동적인 행동이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와이즈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마음도 없는 행동인데 신경 쓰는 게 더 웃기는 것 같았다.


짜증나.


이와이즈미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꾹 누르며 출근을 서둘렀다. 하지만 그때,


"이와쨩!"


자신을 '이와쨩'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밖에 없다. 오이카와 토오루. 그 하나 뿐이었다.
그저 이름을 부른 것뿐인데도, 이와이즈미는 마치 강력한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섰다. 그 사이, 오이카와는 타박타닥 걸어 어느새 이와이즈미가 서 있는 곳까지 다다랐다.


"화났어?"

"........"

"미안해."


설마 사과를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이와이즈미가 조금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미안."


너는 대체 무엇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는 걸까? 방금 전에 한 키스? 아니면........헤어지자고 말했던 5년 전의 그 순간?


"와, 나 진짜 하나도 안 변했다. 그치? 5년 전에도 내 기분만 생각하다 이와쨩한테 상처만 줬는데. 그 버릇 또 나왔네. 미안해."

"........"


오이카와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불안한 듯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꿋꿋하게 말했다.


"그냥, 뭐랄까. 오랜만에 만난 이와쨩이 너무 반가워서. 그랬더니 갑자기 5년 전에 우리가 같이 있었던 때가 생각나잖아. 하하하....."


웃음 소리가 조금씩 작아졌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든 이와이즈미는 깜짝 놀랐다. 오이카와가 얼굴을 위로 향한 채 무언가를 힘껏 참는 듯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래서만이 아니라,


"그때.....후회했어. 그런 말 한 거, 바로 후회했는데...."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고 있었고, 애써 얼굴을 위로 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가에 맺혀 반짝이는 물방울을 보지 못할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날, 이와쨩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뒤 집으로 가자마자 밀려오는 후회로 죽을 것만 같았다. 다시 찾아가 용서를 빌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더 이상 내게 미련 따위 없다는 듯한 이와쨩의 눈빛이 떠올라 두려워졌다. 거절당할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끝내 말하지 못했다. 후회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5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말....못 해서 미안해."


이제는 날 사랑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었어. 내가 무척 후회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


와락-

갑자기 가슴으로 안겨드는 감각에 놀란 오이카와가 들고 있던 고개를 내렸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너무도 익숙한 삐쭉머리였다. 온 몸을 따뜻하게 두르고 있는 것은, 함께 배구를 했던 매끄러운 팔이었다.  


"이와.....쨩?"

"바보가."

"어?"

"일찍도 말한다."

"어....미안."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오이카와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대답하자, 이와이즈미의 팔이 더욱 강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뭐,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나도 후회했어. 돌아서는 너를 잡지 못했으니까. 그때, 지금처럼만 널 안아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와쨩, 아직도 나 사랑해?"

"뭐, 뭐?"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와이즈미는 후다닥 팔을 풀곤 당황한 얼굴로 대답을 피했다.


"나 사랑하냐니까?"

"뭐, 뭐야. 갑자기."

"나 있잖아. 5년 동안 아무하고도 안 사겼어. 누굴 만나려고 해도 자꾸 이와쨩이랑 비교하게 되고, 이와쨩이랑 비슷한 사람만 찾게 되더라고. 근데 아무리 비슷해도 이와쨩이 아니니까 전혀 의미가 없더라. 그래서 안 사겼어."

"........"

"이 세상에 내가 아는 이와쨩은 단 한 사람밖에 없으니까."


나를 이와쨩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단 한 사람밖에 없어.


"내가, 내가......사랑하는 이와쨩도 한 사람밖에 없으니까."

".......!"

"사랑해. 나 아직도....여전히 이와쨩 사랑해. 한 번도 마음 변했던 적 없어. 정말이야. 진짜로 이와쨩 사ㄹ....!"


오이카와는 말을 맺지 못한 채 이와이즈미에게 입술을 내주었다. 짧은 입맞춤이 끝난 뒤, 이와이즈미가 붉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알고 있어. 나도 그러니까."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이와이즈미를 바라보다 번뜩 정신을 차린 오이카와가 다급하게 이와이즈미를 따라갔다.


"이, 이와쨩! 잠깐만 기다려!"

"안 기다려. 지금 가도 지각이다."

"그래도 그렇지, 그냥 가 버리면 어떡해?"

"이따가 퇴근하고 다시 얘기해."

"나 저녁 때까지 연습이란 말이야! 이와쨩 내가 현역 배구선수로 뛰고 있는 거 알고 있기는 한 거야?"


서로 연락하지 않았고, 일부러 소식도 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 해도 달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 괜히 투정을 부려 봤다. 모른다 하더라도 실망할 일은 아니지만,


"아, 알아. 멍청아!"


붉어진 얼굴로 더 빨리 걸어가는 이와이즈미를 보며 오이카와의 광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진짜야? 나 선수로 뛰는 거 알고 있었어? 어떻게 알았어?"

"티브이에 나오는데 어떻게 모르냐?"


이와이즈미는 스포츠 채널과 뉴스에서 늘 오이카와의 활약을 소개하며 평가하는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비록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멀리서나마 소식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옆집으로 이사를 올 줄이야.


"그랬구나. 나 어땠어? 완전 멋있었지? 옛날이랑 똑같지?"


찰싹 달라붙어 종알종알 떠드는 오이카와의 목소리에 이와이즈미는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었다.


이렇게 딱 붙어 떠드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예전엔 매일 이랬었는데. 이러고 걸으니 꼭 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네.


등에 닿는 따뜻한 체온이 싫지 않은지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매단 채 그대로 걸었다. 


"이따 퇴근하면 연락할 테니까 어디서 연습하는지나 말해."

"오! 이와쨩이 나 보러 오는 거야?"

"아니, 생각이 바꼈어. 그냥 집에 있을 테니까 연습 끝나면 그때 얘기하자."

"아 왜~ 나 연습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옛날부터 징그럽게 봤는데 뭘 또 봐."

"지금이 더 멋있단 말이야. 꼭 보러 와! 자, 당장 번호 알려 줘."


오이카와는 휴대폰을 들고 그에게 번호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와이즈미가 번호를 부르자 곧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와쨩, 번호 그대로네?"


오이카와의 휴대폰에 저장된 이와이즈미의 번호는 5년 전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번호는 지금까지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안 바꿨는데. 넌 바꿨냐? 그랬으면 가르쳐...."

"아, 아니. 나도 그대로....."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설마하니 두 사람 다 5년 전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분명 헤어진 뒤 바로 바꿨을 것이라고 생각해 새로 알아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바보 같네, 우리."


오이카와가 허탈하게 웃으며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이와이즈미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야, 옷 구겨져."

"조금 구겨져도 괜찮아."

"안 괜찮아."


여전히 사소한 것으로 옥신각신하며 두 사람은 5년 동안 기다려왔던 사랑을 되찾았다. 잠깐 걷던 오이카와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또 한 편으로는 조금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말이야, 이와쨩."

"왜."

"우리 아까 키스했던 데 있잖아."

"뭐, 엘리베이터?"

"어, 뭐...거기도 있고."

"그게 뭐? 어차피 사람도 없었고....."

"그랬지. 근데 1층에 도착해서도 했잖아, 이와쨩이."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데?"

"거기, 빌라 출입구였던 거 알지?"

"사람 없었잖아."

".......아니, 들어오려는 사람 있었어."

".....뭐?"


이와이즈미의 등에서 한 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게....이와쨩은 출입구 쪽을 등지고 있어서 몰랐을 거야. 나는 거길 바라보는 방향이었고."

"......."

"101호 사람이었어. 나 이사할 때 그 사람이랑 인사했거든. 짐 옮기면서."


오이카와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슬슬 시선을 피했다.


"놀라서 굳어 있는데, 내가 살짝....눈짓했어. 미안하다고. 그랬더니 엄청 어색하게 웃으면서 가더라. 하하하...."

"........"

"이와쨩, 왜 그래?"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게 이상한지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 쪽으로 살짝 고개를 숙이는 찰나,

퍽-

이와이즈미의 주먹이 가차 없이 오이카와의 복부를 강타했다.


"컥! 아프잖아! 이와쨩!"

"아프라고 때린 거다! 사람이 있었으면 말을 했어야지! 나를 말렸어야지, 멍청아!"

"어, 어떻게 말려? 벌써 키스하고 있었는데."

"너.....너, 내가 그 빌라에서 몇 년을 살았는지 알아? 자그마치 2년 반을 살았어. 거기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보통 1년 이상씩 살아서 거의 다 아는 사람들인데 대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보라는 거냐? 아오, 진짜!!"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씩씩거리는 이와이즈미를 보며 오이카와가 오히려 잘됐다는 듯 말했다.


"다행이네. 알아서 소문 퍼지면 나야 좋지. 이와쨩이 내 거라는 거 다들 알게 될 테니까. 쓸데없는 파리도 안 꼬이고 얼마나 좋아?"

"뭐야? 말 다 했냐, 이 망할 놈아?!"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이와이즈미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오이카와의 입술에는 내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와쨩.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우린 진짜 운명인가 봐. 안 그래? 수없이 많은 장소가 있는데도 그 안에서 우리는 같은 장소를 선택했잖아.
그리고, 다시 같은 사람을 선택했지.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그러다 설령 또 헤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난 걱정 안 해.
난 그래도 다시 너를 선택할 거니까. 너도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