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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2화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2화       

 


2. 우리는 그냥 동료입니다만? 



저 인간이 또 왜 저럴까. 하나마키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마츠카와의 시선을 느끼며 이마를 찌푸렸다. 안 그래도 일이 많아 스트레스가 쌓여 죽겠는데, 팀장이란 인간은 손을 놀린 채 자신만 보고 있으니 짜증이 치솟았다. 게다가 팀원들로부터 들은 증언(?)으로 인해 하나마키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져 있었다. 이와이즈미와 대화를 마치고 부서로 돌아오자 함께 회식했던 팀원들이 모두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하나마키 씨, 괜찮아요? 속 많이 쓰릴 것 같은데."
"그러게. 원래 술도 잘 못 마시잖아요."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저 자신을 걱정해 주는 멘트였으니까. 하지만 진짜는 이 다음이었다.

"근데 어제 왜 그랬어요? 팀장님이 엄청 힘들었을 거예요."
"맞아, 맞아. 하나마키 씨가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하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하하하."
"그래도 역시 팀장님이지. 끝까지 하나마키 씨 챙겨서 데리고 가셨잖아요."

왓.......? 지금 뭐라고 한 겁니까? 하나마키의 얼굴빛이 파리해졌다. 내가 누구한테 달라붙어요?

"제, 제가 누구한테 붙었다고요?"
"마츠카와 팀장님이요. 술집에서 나올 때부터 완전히 엉겨 붙어서는, 떨어질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우리도 다 깜짝 놀랐어요."

팀원들이 자신을 향해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한두 명이 얘기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함께 회식한 팀원 모두가 똑같은 증언을 했다. 

"기억 안 나요? 하긴, 많이 취해 있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동료 하나가 하나마키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말도 안 돼! 내가 마츠카와 팀장에게 달라붙었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츠카와 팀장한테?! 

하나마키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쓰러지듯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때부터 미친 듯이 일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이미 들은 이야기는 머릿속을 맴돌며 자꾸만 그를 괴롭혔다. 결국 지끈거리는 두통으로 인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쉬었다 다시 일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옥상으로 올라간 하나마키는, 탁 트인 공간에 들어서자 깊게 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떻게.....하필이면 그 인간한테 그런 짓을....하아...."

하나마키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와 마츠카와는 고양이와 쥐 같은 앙숙 관계였다. 물론 하나마키 입장에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둘의 관계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하나마키는 마츠카와를 동경했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멋있었지만 일을 처리하는 모습에 더 반했던 것이다. 꼼꼼하고 세심한 편집은 물론이고 작가들을 다루는 능력까지 타고난 그였다.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는 훌륭한 상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틈만 나면 손을 뻗는 성희롱에, 외설적인 이야기도 슬쩍 던지는 등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걸 보고 학을 떼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자신에게만 한정된 것이라는 부분도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가만히만 있으면 그야말로 엘리트 사원인데, 왜 이러는 것일까? 고민을 거듭해 보았지만 딱히 나오는 결론은 없었다. 그리고 동료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제의 일은 자신이 먼저 그에게 빌미를 제공한 것인데다 민폐까지 끼친 것이었다. 최소한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 정도는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아침에 그런 꼴로 있을 게 뭐야? 잠만 잘 거였으면 그냥 내버려 둬도 좋았잖아. 옷은 왜 벗기냐고, 옷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주해야 했던 끔찍한 현실이 떠오르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쓸데없는 생각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올라온 옥상이었지만 그런 고민을 날려버리는 데 별다른 도움을 얻지 못한 채 하나마키는 걸음을 돌렸다. 곧바로 일을 하러 갈까, 하다가 이와이즈미에게 가서 지금의 상황을 털어놓고 속을 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신세 한탄을 하는 것밖에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친구에게 말하고 나면 조금쯤은 시원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하나마키의 심정이었다.

3층로 내려가 영업부 사무실로 향하던 하나마키는, 비품실 앞을 지나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떨어진 물건을 가지러 가는 게 아니라면 그다지 사람이 들어가 있을 일이 없는 비품실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 앞에 섰다. 굳게 닫힌 문에 살짝 귀를 가져다 대자 안에서 뭐라고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어떤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단순한 호기심에 하나마키는 살며시 비품실 손잡이를 돌렸다. 안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는 거라면 조용히 닫고 제 갈 길을 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잠겨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 없이 돌렸건만, 문은 스르륵 열렸다. 소리 없이 열린 문틈 사이로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뭐지? 두 명인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 개의 그림자가 얽혀 있는 것이 보여 그는 조금 더 틈을 벌렸다.

그 순간,
 
"야, 오이카와! 하지 말ㄹ....."
"쉿. 떠들면 들켜, 이와쨩."

어라? 오이카와 팀장님이랑 이와이즈미인가? 다행히 아는 목소리였고, 뭔가 조금 심각한 분위기인 것 같아 하나마키는 슬며시 문을 닫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졌다.

"너 진짜....흡!"

쪽. 쪼옥.

입술과 입술 사이에서 나는 색정적인 소리에 하나마키의 다리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당장 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몸은 딱딱한 석고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야, 요새는 남자끼리도 잘 사귀고 결혼도 한다지만 하나마키가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와이즈미가 설마하니 오이카와와 만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동안 같이 밥을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와이즈미는 하나마키 앞에서 한 번도 그에 대한 내색을 한 적이 없었다. 아니, 심지어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그런 것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잠시 넋을 놓고 있던 하나마키는 번뜩 정신을 차린 뒤 그들에게 들리지 않게 살짝 문을 닫고 돌아섰다. 하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누군가 그의 앞에 나타나 얼굴을 들이밀었다.

"여기서 뭐해? 하나마키."

마츠카와였다.

"으악! 뭐, 뭐, 뭐, 뭡니까?"
"뭐냐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얼굴 들이밀지 마세요."
"왜? 너무 잘생겨서 심장에 안 좋아?"

뭐래. 이 인간 진짜 자뻑 심하다. 하나마키가 눈을 가늘게 뜬 채 노려보자 마츠카와가 피식 웃으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근무 시간에 왜 이렇게 돌아다녀? 할 일이 태산인데."
"지금 갈 겁니다."

대답을 하던 하나마키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얼굴을 확 구겼다.

"마츠카와 팀장님."
"응?"
"왜 저한테만 반말하세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다른 팀원들에게는 꼭 누구누구 씨, 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하면서 자신에게만 말이 짧았다.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기분이 나빠졌다. 날 무시하는 건가?

"아, 내가 그랬나?"
"네. 그것도 둘이 있을 때만 골라서요."

사람들 앞에서는 꼬박 꼬박 '하나마키 씨' 하며 존중해 주는 것은 물론 반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둘만 있게 되면 마츠카와의 말은 자연스럽게 짧아졌고, 이름 뒤에 '씨'도 붙이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은근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일이 따지는 것도 우스워서 가만히 있었던 하나마키였다. 그런데 또 이런 상황에 놓이고 나니 이번에야말로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음, 글쎄. 의식하지 않아서 전혀 몰랐네."

이제는 알았으니 좀 의식하라고! 깨달으라는 의미로 대놓고 말했건만, 정작 마츠카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대체 나한테만 왜 이래?

"팀원들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한결같이 좀 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평하게 하시라고요."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앞으로는 존댓말을 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도 황당한 것이었다.

"공평하게, 말인가. 근데 이거 어떡하지? 하나마키랑 다른 팀원들은 좀 다른데."
"뭐라고요?"
"미안하지만 똑같이 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그럴 수밖에 없잖아. 우리는 무려 밤을 같이 보.....읍!"

하나마키가 재빨리 그의 입을 막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은 일을 떠벌릴 뻔했다. 그것도 직장에서.

"진짜 이러실 겁니까? 뭐, 좋아요. 반말이고 뭐고 다 좋으니까 제발 어제 일은 꺼내지 마세요! 분명히 말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겁니다. 아시겠어요?"

그리고는 쌩 돌아서서 4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하나마키가 가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비품실 문이 얼렸다. 그 안에서 이와이즈미가 벌게진 얼굴로 나와 마츠카와를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뒤이어 오이카와가 나오자 벽에 기대어 있던 마츠카와가 입을 열었다.

"누구랑 뭘 하든 상관은 없는데, 회사에서는 하지 맙시다. 직원들 보는 눈도 있잖습니까."

분명 질책하는 말임에도 마츠카와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고, 그에 오이카와 역시 똑같이 웃으며 대답했다.

"흐응~ 그러는 마츠카와 팀장은 부하 직원 괴롭히는 것 좀 그만하시죠?"
"무슨."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하나마키 씨는 되게 싫어하는 것 같던데."
"그건 댁네 이와이즈미 씨도 마찬가지 아닌가? 싫어하는데 억지로 그러는 거 성희롱입니다. 범죄예요, 범죄."

'성희롱'과 '범죄'라는 말에 오이카와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아니거든요? 이와쨩은...."
"그 호칭부터 잘못된 것 같은데요. 회사에서 이와쨩이 뭡니까? 다른 직원들도 있는데."
"마츠카와 팀장이야말로 하나마키 '씨'라고 제대로 불러요. 동네 동생도 아니고, 말끝마다 '하나마키', '하나마키'라니."

울컥-.

마츠카와와 오이카와의 알 수 없는 신경전이 벌어졌다. 

"남의 얘기 엿듣는 거 안 좋은 습관인데."

빠직. 빠직.

슬쩍 꼬아 말하는 마츠카와를 보며 오이카와의 이마에 커다란 혈관마크가 생겼다. 

"엿듣긴 누가 엿들었다는 겁니까? 다 들리게 얘기해 놓고."

파지지직-

마주보는 시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리고 그때, 외근 준비를 마친 이와이즈미가 나와 오이카와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그만 떠들고 나가시죠. 오늘 돌아봐야 할 서점 많습니다."
"어, 어, 이와쨩. 잠깐만....나 지금 거꾸로 걷고 있는데? 이러다 오이카와 씨 넘어지겠어."

넘어져라. 작게 혼잣말을 한 이와이즈미가 마츠카와를 향해 가볍게 인사하곤 오이카와를 끌고 저만큼 멀어졌다. 그 사이 마츠카와의 근처에도 잔소리꾼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할 일이 태산이라고 한 사람이 누구였죠? 왜 여기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겁니까?"

자신에게는 근무 시간에 일하지 않고 돌아다닌다며 핀잔을 주었던 주제에, 정작 그렇게 말한 본인도 사무실을 비워둔 채 수다나 떨고 있으니 할 말이 없었다.

"빨리 가서 교정 본 거 확인이나 하세요. 아무도 없는데서 혼자 뭐 하시는 건데요."
"아니, 뭐. 그냥."

마츠카와가 멋쩍은 얼굴로 웃었다. 그러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하나마키에게 바싹 다가가 물었다.

"근데 말이야, 그런 일도 있었는데 이제 우리 사이가 좀 특별해 진 거 아니야?"

흠칫.

또 몸을 밀착하는 마츠카와를 샐쭉 노려본 하나마키가 눈썹을 찌푸리며 그를 밀어냈다.

"하? 무슨 소립니까? 팀장님과 저는 어디까지나 팀 동료일 뿐입니다만? 뭔가 크게 착각하신 것 같네요."
"흠, 너무하네.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이러는 거야?"

움찔.

전혀 기억이 없는 하나마키로서는, 혹시라도 그의 입에서 '뭔가 있었다.'는 말이 나올까 봐 급히 눈을 피했다. 하지만 이내 얼굴을 굳히며 쐐기를 박았다.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설령 있었다 해도 없었던 걸로 칠 겁니다. 그러니까 팀장님도 더 이상 그 일에 대해서 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좀 떨어지시란 말입니다!"

벌써 한 번 밀어냈는데도 금세 다가와 있는 마츠카와의 커다란 몸을 밀치며 하나마키가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탁탁탁 계단을 오르는 하나마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마츠카와가 입술 끝을 말아 올렸다. 아, 저 여우 같은 놈. 볼수록 맛있게 생겼단 말이야. 철옹성처럼 단단하게 수비하는 하나마키를 어떻게 함락시킬 것인가, 에 대한 즐거운 고민을 하며 마츠카와도 계단을 올랐다. 



-



"........"
"........"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마츠카와는 들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3층 비품실 앞에서 기 싸움을 벌인 것이 고작 이틀 전. 그 뒤로 한 마디도 나눈 적이 없는데, 잠깐 담배를 피우러 올라온 옥상에서 마주칠 줄이야. 마츠카와는 불편한 마음으로 담배만 벅벅 피워댔다. 그러는 사이, 정적을 깬 것은 오이카와였다.

"담배도 피웠습니까?"

의외라는 듯 오이카와가 마츠카와의 입에 물린 담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 가끔요. 원래도 많이 피우지 않았어서 마음먹고 끊었는데, 요 근래 들어서 다시 피우게 됐습니다."
"왜요? 편집팀 일이 많아서?"
"아뇨. 일이야 항상 많았으니까요. 새삼스러울 것도 없죠."
"흐응. 그럼 연애가 안 풀리는구나?"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오이카와는 다 알겠다는 듯 씩 웃으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마츠카와는 그냥 속 편히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어차피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의 관계를 알게 되었는데 자신의 일을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네. 그런 거죠."
"진짜 의외네요? 마츠카와 팀장은 인기 많을 것 같은 스타일인데. 주위에서 가만히 두나요?"
"그건 오이카와 팀장 얘기겠죠. 전 잠잠합니다."

마츠카와가 허탈하게 웃으며 담배를 비벼 껐다. 오이카와는 높은 난간에 팔을 기댄 채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담배 연기를 바라보다 혼잣말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담배, 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야 연애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마츠카와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설명이 이어졌다.

"담배 냄새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옆에서 누가 담배 피우면 막 얼굴 찌푸리고 그러던데. 연기 때문에 기침도 하고."
"지금 누구 얘길 하는 겁니까?"

오이카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마치 자신이 누굴 마음에 품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츠카와는 반신반의하며 대답을 요구했다. 연기가 완전히 사라진 허공을 응시하던 오이카와가 마츠카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나마키 씨 말이에요. 담배 싫어한다고요."

꿈틀.

마츠카와의 한쪽 눈썹이 일그러졌다.

"그걸 어떻게....."
"와,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난 딱 보니까 알겠던데. 원래 당사자들은 잘 몰라요. 자기들 분위기가 어떤지. 근데 주위에서 보는 사람은 금방 알죠. 아, 전부 다 그런 건 아니고 저처럼 눈치 빠른 사람이나 알려나요?"

결국 네 자랑이냐? 마츠카와가 어이가 없다는 듯 짧게 웃었다. 하지만 오이카와의 눈이 매우 정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요. 하나마키 맞습니다. 그나저나 담배 싫어하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아, 그거요? 이와쨩이 얘기해 준 것도 있고, 외근 나가다 우연히 본 적도 있고요. 뭘 사 가지고 오는 것 같았는데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 옆에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고요. 하나마키 씨 표정이 장난이 아니라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랬군요. 근데 아까 말했던 것처럼 잘 안 풀립니다."
"그거, 마츠카와 팀장 잘못 아니에요?"
"뭐라고요?"
"자업자득인 것 같은데요."

이번에도 역시, 오이카와는 무언가 알고 있는 뉘앙스를 풍겼다. 대체 이 인간은 뭔데 이렇게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거지? 뒷조사를 당한 것 같아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연애에 관한한 자신보다는 오이카와가 더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끝까지 듣기로 했다.

"이와쨩이 그러던데요. 하나마키 씨가 마츠카와 팀장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고 있다고."
"나 때문에요?"
"네. 혹시, 그런 거 아닙니까? 좋아하는 애를 일부러 더 괴롭히는....뭐, 그런 거요."
"........!"

속마음을 들킨 듯 마츠카와의 얼굴이 경직되자 오이카와는 더욱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일종의 애정 표현이니까 하지 말라고는 안 하겠습니다만, 좀 적당히 하는 게 어때요? 마츠카와 팀장은 '애정'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하나마키 씨가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면 말짱 꽝 아닙니까?"

그것도 그러네. 어쩌다 보니 오이카와에게 연애 코치를 받게 된 마츠카와는 어느새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도 이와쨩에게 종종 이지메스러운 짓을 하긴 하는데요, 우리 이와쨩은 알거든요. 내가 자길 좋아해서 그런다는 걸요. 근데 하나마키 씨는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요."
"흠.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마츠카와는 행동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괴롭힘이 아니라 '애정'을 보여 줘야겠다고.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하루 종일 밖에서 뛰어다닌 이와이즈미는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 채 피로를 풀고 있었다. 그런데 밖에서 오이카와가 문을 두드리며 그를 불렀다.

"이와쨩, 전화 오는데?"
"잠깐만."

좀 더 앉아 있고 싶었는데. 하지만 오이카와가 일부러 전화 온 것을 알릴 정도면 받아야 하는 전화라고 생각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가운만 걸친 채 밖으로 나가자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가 들렸다. 액정을 확인하니 하나마키의 이름이 떠 있었다.

"이 시간에 웬일이지?"

무슨 일인가 싶어 통화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
[이와이즈미! 지금 시간 괜찮지? 나랑 얘기 좀 하자.]
"어? 왜 그래, 또?"

깊은 짜증이 스며든 하나마키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흘렀다.

[마츠카와 팀장, 진짜로 미쳤나 봐.]
"왜 그러는데?"

이와이즈미의 곁으로 다가간 오이카와는 통화 중인 핸드폰에 가만히 귀를 갖다 댔다.

[며칠 째 나한테 일을 안 시켜. 내가 교정 보던 원고도 죄다 가지고 가서 자기가 하고 있다고. 와, 진짜....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어. 이거 신종 괴롭힘인가? 이젠 하다하다 일도 못 하게 하려는 건가 봐.]
"뭐?"
[팀원들 눈치 보여서 죽겠다니까? 나만 책상에 덩그러니 앉아서 놀고 있으려니 미칠 것 같아.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잘 하고 있던 일까지 못 하게 하다니.]

기가 막힌 소식에, 조용히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오이카와가 입을 틀어막은 채 어깨를 떨었다. 얜 또 왜 이래? 이상한 놈을 보듯 이와이즈미의 시선이 꽂혔지만 오이카와는 개의치 않고 숨죽여 웃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했단 말이야? 마츠카와 팀장 완전히 골 때리네. 진실을 알고 있는 오이카와만이 이 상황을 즐기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