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ritten by. Sanzo/HQ!! 글연성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1화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1화       



1. 사실은 아무 일도 없었다.



하나마키 타카히로. 30세. 30년 인생 중 가장 최악의 상황에 놓이다.

하나마키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이거, 꿈이지? 제발 부탁이니 꿈이라고 말해 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그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옷가지를 주워 입었다. 그리고는 가방을 들고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하나마키가 나간 방 안 침대에는 누군가 누워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채 가버렸다. 

아오바죠사이 출판사. 통칭 '세이죠 출판사'로 더 많이 불리는 곳은 바로 하나마키의 직장이었다. 미지의 방(?)에서 빠져나온 그는, 급히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늦지 않게 시간에 맞춰 출근했다.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엘리베이터에 오른 하나마키는 한숨과 함께 자신이 일하는 부서가 있는 층을 눌렀다. 숫자 '4'에 불이 들어오며 스르륵 문이 닫혔다. 아니, 닫히는 중이었다. 누군가 좁은 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손의 주인 덕분에 닫히던 문이 다시 열렸다. 같이 탈 거면 기다려 달라고 하면 되지, 왜 손을 넣고 난리야? 속으로 불만을 품은 채 열리는 문을 바라보고 있던 하나마키는,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는 자동으로 얼굴을 구겼다. 왜 하필 이 인간을 아침부터 봐야 하는 거지?

그런 하나마키의 표정을 봤는지, 손의 주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침부터 사람을 보자마자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실례잖아. 하룻밤을 같이 보낸 사이인데."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이자, 하나마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는 혹여 누가 들을새라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 만한 소리는 하지 마시죠!"
"왜? 틀린 말도 아니잖아."

능글거리며 대답한 남자가 슬며시 하나마키에게로 다가가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근데 그 사이에 집에 갔다 왔나 봐? 샴프 냄새가 나네. 옷도 바꼈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기에 망정이지, 누군가 봤다면 오해하기 딱 좋은 구도였다. 하나마키는 바싹 붙어 있는 그를 밀어내며 반듯한 이마를 찌푸렸다. 자기도 옷 갈아입고 왔으면서, 뭘!

"좀 떨어지세요. 불편합니다."
"이 정도로 불편하다니. 어젯밤엔 내 품에서....."

팍-

하나마키가 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눈을 치켜뜬 채 말했다.

"어젯밤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먼저 내린 하나마키가 몇 걸음 가다 다시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남자를 향해 돌아섰다.

"더구나 여긴 직장이니까 더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한 소문이 나면 저만 곤란한 게 아닐 텐데요, 마츠카와 팀장님."

찬바람이 쌩 부는 것처럼 차갑게 돌아서는 하나마키를 보며 마츠카와는 결국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혼자서 화를 내고 가 버린 그가 귀엽게 보였던 것이다. 

"진짜 귀여워 죽겠네."

마츠카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혼잣말을 했다. 잔뜩 뿔이 난 고양이처럼 날을 세우고 있는 하나마키의 태도가, 그에게는 마냥 재미있을 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을 때, 곁에 하나마키가 없는 것을 보고도 그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만약 자신보다 먼저 일어난다면 소리도 없이 도망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봤자 같은 직장에,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하니 금세 또 마주칠 테지만.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은 하나마키는 짜증스럽게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어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출발은 회식부터였다. 어제는 하나마키가 속해 있는 편집팀의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팀장인 마츠카와를 비롯한 팀원 전원이 참석했고,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무르익었다. 평소 술을 즐겨 하지 않는 하나마키는 적당히 마시는 척만 하며 이 자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불이 붙은 회식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어서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다 홀짝거린 술은 어느새 꽤 많은 양이 되어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완전히 술에 취해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잔뜩 취한 자신을 누군가 부축하여 어딘가로 데리고 간 것까지는 알겠는데,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확실해져 있었다. 하나마키는 책상에 자신의 머리를 콩콩 박으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어쩌자고 그렇게까지 마신 거야? 제기랄! 

기억이 없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워 죽을 지경인데, 하필이면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눈동자에 비친 사람이 직장의 상사였다. 그것도 남자. 어째서 속옷 차림으로 상사와 한 침대에 누워 밤을 보내게 됐는지, 그것을 알 길이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판타지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자책하고 있는 사이, 조금 떨어진 책상에 앉은 마츠카와는 원맨쇼를 하는 하나마키를 감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테니 아마 지금쯤이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거라 생각하면서.

그 사이 다른 동료들이 모두 출근을 마쳤고, 출판사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어느 부서나 쉬운 일은 없었지만 마츠카와와 하나마키가 속해 있는 편집팀은 언제나 바빴다. 작가들과의 교류도 해야 하고, 받은 원고도 교정을 해야 해서 잠시도 쉴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일이 시작되자 하나마키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기억에서 지웠다. 자꾸 생각해 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다가온 점심시간. 간단히 끼니를 때운 하나마키는 한 층 아래에 있는 영업팀으로 향했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 이와이즈미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라면 이 당혹스러운 상황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와이즈미는 영업팀 팀장인 오이카와에게 붙잡혀 있었다.

"이와쨩."

빠직.

"여긴 직장입니다. 제대로 불러 주시죠, 팀장님."

서슴없이 '쨩'을 붙여 부르는 통에 이와이즈미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둘만 있는 것이라면 상관없을 텐데 팀의 다른 동료들이 있는 상황에서 부르니 민망한 것은 이와이즈미 쪽이었다.

"이와쨩을 이와쨩이라고 부르는 게 뭐가 잘못됐어?"
"하아....됐습니다."

마이 페이스가 강한 오이카와를 설득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이와이즈미는 얼굴을 구긴 채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러다 문 앞에 서 있는 하나마키와 눈이 마주쳤다.

"어, 하나마키? 어쩐 일이야?"
"하하. 잠깐 시간 괜찮아?"
"당연하지."

마침 오이카와를 떼어내려 했었기에 이와이즈미는 반색하며 하나마키와 함께 사무실을 벗어났다. 건물 옥상으로 향한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찌푸렸다.

"넌 왜 그래?"
"어?"
"나야 망할카...아니, 오이카와 팀장 때문에 그런다지만 너는 왜 한숨인데?"
"아, 뭐. 그럴 일이 좀 있었어. 근데 너, 오이카와 팀장님이랑은 소꿉친구라고 했던가?"
"어. 진짜 질긴 인연이야. 맨 처음엔 직장이 갈라져서 드디어 좀 떨어지겠구나, 했는데. 새롭게 이직한 직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게다가 저런 걸 팀장이라고 상사로 모셔야 하다니."
"너도 참 고생이다."

하나마키는, 처음으로 마츠카와가 자신과는 생판 남인 것에 감사했다. 소꿉친구와 감격의 재회를 했는데,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만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뭐, 그래도 오이카와가....아니, 팀장이...."
"그냥 편하게 말해. 둘이 소꿉친구인 거 다 아는데, 우리끼리 있을 때까지 직급 붙여서 말할 필요 있나?"
"그런가? 그래, 그럼. 아무튼 오이카와가 일 하나는 잘하니까 그나마 참고 있는 거야. 아 참, 너는 무슨 일 있었어?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던데."

하나마키는 조금 망설이다 말하기로 결심했다. 이와이즈미와는 대학에서 알게 된 사이인데, 어쩌다 보니 직장까지 같이 다니게 되었다. 

"사실은...어제 우리 팀 회식 있었잖아. 그리고 너 알지? 우리 팀장은 술 마시기 시작하면 아주 끝을 보는 인간이라는 거."
"아...마츠카와 팀장님 말이지? 나도 소문은 들었어. 엄청난 주당이라고 하더라."
"주당 정도가 아니야. 아무튼 난 회식이 빨리 끝나길 바라면서 조금씩만 마셨거든. 근데 그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니까 양이 꽤 됐나 보더라고."
"넌 옛날부터 술이 약했잖아."
"그러니까. 아무튼 완전히 취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이 전혀 없어."
"어?"
"....전혀, 없다고. 기억이."

잠시 말이 없던 이와이즈미는, 곧 그가 한 말의 뜻을 눈치채곤 화들짝 놀라 물었다.

"야, 너 설마....! 누구랑 무슨 일 있었던 거야? 같은 부서 여사원이랑 그런 건 아니지?"
"아, 그게...."
"하나마키, 솔직하게 말해. 너, 했냐?"

하나마키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두통을 잠재웠다. 지금은 했고, 안 했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랑 했느냐, 가 더 문제였다. 

"나 진짜 솔직하게 말하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나."
"야......"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혹시라도 같은 팀 여사원과 그런 일이 있었던 거라면 원치 않아도 하나마키가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이라면 물론 전혀 문제될 게 없었지만 분위기로 봐선 그런 것도 아닌 듯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는...."
"뭐가 또 있어?"

더는 놀란 것도 없다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보며 하나마키가 희미하게 웃었다.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관한 웃음이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누군가랑 같이 있었던 건 맞는데, 그게 말이지...."
"누구였는데?"
"하아.....여사원이 아니었어."
"........뭐?"

당혹스러워하는 이와이즈미를 보며 하나마키가 거칠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나도 미치겠다. 아침에 눈 떠 보니까 마츠카와 팀장이랑 한 침대에 누워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

하나마키는 참단한 표정으로 난간에 얼굴을 묻었다. 정말이지 이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야, 하나마키....너 진짜 마츠카와 팀장님이랑....아니지? 그냥 잠만 잔 거면 괜찮잖아."
"후우......둘 다 팬티만 입고 있었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되냐? 다 벗고 있었던 게 아니니 다행이라고 여겨야 되는 거냐? 나 진짜 미치겠다."

정말로 딱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하나마키를 보며, 이와이즈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축 처진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뿐이었다.



-



마츠카와는 잔뜩 취해 인사불성이 된 하나마키를 부축해 택시에 태웠다. 그리고는 팀원들을 향해 어서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었다.

"팀장님,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하나마키 씨 많이 취한 것 같은데."
"그러게요. 술 약해서 많이 안 마시는 사람인데 오늘은 완전히 취했네요."
"그냥 제가 데리고 갈까요? 저희 집 여기서 가까우니까 데려 가서 재워도 될 것 같은데요."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팀원들을 향해 마츠카와가 씩- 웃어 보였다.

"걱정들 말고 들어가요. 하나마키 씨는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얼른 가서 쉬고 내일 봅시다."

시원스레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팀원들은 하나같이 조심히 들어가시라며 고개를 숙였다. 택시에 올라탄 그는, 창문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하나마키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근처 호텔로 이동해 그를 데리고 올라갔다. 술이 약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취할 줄은 몰랐기에 마츠카와는 방으로 올라가는 내내 하나마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신선한 모습을 보게 되어 매우 즐겁다는 듯이.

"하나마키, 정신 좀 차려 봐."

소파에 눕히긴 했는데, 그 상태로 재우려니 영 마음에 걸려 침대로 옮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하자 어쩐 일인지 하나마키가 그의 목에 팔을 걸며 먼저 안겨 왔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것이 또 귀여워 마츠카와는 그대로 그를 품에 안고 침대로 향했다. 아까도 그러더니 또 이러네. 마츠카와는 조금 전 술집에서 나올 때를 떠올리며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보기보다 더 가볍네."

원래도 마른 체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들어 보니 하나마키는 훨씬 가벼웠다. 겨우 침대에 눕히자 그제야 고른 숨소리를 내며 편안히 잠에 빠져 들었다. 그가 잠든 것을 본 후에야 마츠카와는 씻기 위해 샤워실로 들어갔다. 깔끔한 성격답게 깨끗하게 씻은 그가 가운을 걸치고 나왔을 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언제 깬 것인지 누워 있던 하나마키가 일어나 하나둘 씩 옷을 벗어젖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지간히도 불편했던지 하나마키는 거침없이 셔츠와 바지를 벗었다. 너무도 황당해 굳은 채 서 있던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눈을 본 순간, 그가 제정신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취한 채 자다가 깼으니 몽롱한 상태였던 것이다. 

이곳이 어딘인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달랑 팬티 한 장만 남기고는 그제야 홀가분하다는 얼굴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푹신한 베개에 머리를 묻고 부드러운 이불까지 덮자, 세상 어디에도 없을 법한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지켜본 마츠카와는 황망한 얼굴로 서 있다가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무리 웃어도 일어날 기색이 없어 그는 더 마음 놓고 기분을 표현했다.

"진짜 미치겠다. 너 왜 이렇게 귀엽냐."

물기가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며 그는 하나마키 쪽으로 다가가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손길로 하나마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사실, 그가 하나마키를 책임지고 데려온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회식을 파하고 나오는 순간부터 하나마키가 그에게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직원들이 데려 가려고 해도 짜증을 내며 그들의 손을 뿌리치기까지 했다. 결국 마츠카와가 하나마키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갈까도 생각했지만 거리가 멀어 적당한 위치에 있는 호텔을 선택했다. 어차피 잠만 자고 아침에 일찍 나갈 생각이었으니까.

"맨 정신일 때도 늘 이러면 좋겠는데 말이야."

마츠카와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평소, 자신을 무슨 원수 보듯 대하는 하나마키의 태도를 생각하면 이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갭이었다. 볼 때마다 얼굴을 찌푸리거나 시선을 피하는 모습까지도 귀엽다고 생각해 일부러 더 괴롭힌 적도 있었지만, 오늘의 이건 정말로 큰 수확이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네 반응이 궁금해 죽겠다."

무슨 표정을 지을지 대략 예상이 되는 듯 마츠카와가 벌써부터 즐겁다는 듯 큭큭 웃었다. 그리고는 잠든 하나마키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자."

가운을 벗은 그가 침대에 눕자, 하나마키가 가볍게 뒤척였다. 그 작은 움직임마저 사랑스러워 마츠카와는 살짝 그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등을 돌리고 있던 하나마키가 손길에 이끌리듯 마츠카와 쪽으로 돌아누웠다. 본의 아니게 마주보고 눕게 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하나마키는 눈도 한번 뜨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아, 이걸 언제 잡아먹지? 참을 수 없는 유쾌함에 마츠카와의 입술에서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그대로 살며시 하나마키를 품에 안은 채 그도 잠이 들었다. 

사실, 이들 둘 사이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저 필름이 끊긴 하나마키가 혼자 오해해 놀라서 도망간 것이다. 게다가 옷도 스스로 벗은 것이었고.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하나마키의 오해는 갈수록 깊어졌고, 그것을 알면서도 마츠카와는 일부러 설명해 주지 않았다. 이렇게 재미있는 즐거움을 굳이 없앨 필요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