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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보쿠아카] 우리 사이의 거리 - 6 [完]

[보쿠아카] 우리 사이의 거리 - 6




보쿠토 코타로 X 아카아시 케이지


우리 사이의 거리


 Written by. Sanzo

 

 

 

요즘 들어 보쿠토 씨는 식사를 잘 하지 못한다. 무엇을 먹다가도 웁, 하면서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린다. 그러면 나는 한숨처럼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임신은 제가 했는데 왜 당신이 입덧을 해요? 라고. 오늘도 아침 식사를 하다 또 화장실을 향해 뛰는 것을 보며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 때문에 그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안 좋다. 잠시 후, 다시 식탁으로 돌아온 그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응, 하며 대답한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 유타로는 아빠가 아픈 거라고 생각해 보쿠토 씨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아빠, 아픈 거야? 아프지 마.

 

“아니야. 아픈 게 아니라 유타로 동생이 생겨서 그래.

 

유타로가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다. 동생이 생기면 다 이렇게 엄마나 아빠 중 한 사람이 아픈 거라고 생각해 버릴까 봐 걱정이다. 그래서 나도 거들었다. 유타로의 동생이 다른 음식이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치이. 소시지랑 달걀 프라이 전부 다 맛있는데. 왜 동생은 싫어해?”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을 거부하는 동생이 못내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것이 귀여워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정 힘들면 죽이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괜찮아. 이러다 말겠지, 뭐.”

 

보쿠토 씨는 나 대신 입덧하는 것이 다행이라며 늘 괜찮다고 말한다. 이렇게 힘든 걸 내가 했으면 아마 마음이 아파서 못 견뎠을 거란다. 정말이지 너무도 고마운 사람이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야근도 미루고 와서 유타로와 함께 임신을 축하해 주었다. 유타로는 동생이 생겨 기쁘다며 방방 뛰었고, 보쿠토 씨는 나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라는 사실에 감격했다.

 

빠르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내 배는 동그랗게 보일 정도로 많이 나왔다. 보쿠토 씨가 출근하고 유타로가 유치원에 간 집은 적막할 정도로 고요하다. 다니던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기 시작한지 고작 한 달이 되었을 뿐인데, 마치 오랜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불룩 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햇살이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예기치 않게 보쿠토 씨와 재회한 것이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늦여름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쌀쌀한 가을이 찾아왔다.

 

서늘한 바람이 불다 곧 새하얀 눈이 쏟아지는 겨울을 지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었다. 지나간 모든 시간이 꿈처럼 느껴진다. 그토록 오랜 시간 짝사랑을 한 상대를 거짓말처럼 다시 만났고, 알고 보니 그 역시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싶다. 보쿠토 씨와의 관계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있어 학창 시절 사이가 좋았던 후배이자 최고의 파트너로만 기억될 줄 알았다. 그것이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보쿠토 코타로의 옆에 있고 그의 아이를 품고 있다. 그것이 너무 행복해서 견딜 수가 없다.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유타로가 하원할 시간이었다. 회사는 쉬고 있지만 유타로의 하원을 책임지는 건 여전히 내 몫이다. 몸이 무거워지고 나서는 보쿠토 씨가 하겠다고 했지만 내가 만류했다.

 

“슬슬 나가야겠네.”

 

느긋하게 걸어서 유치원 앞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엄마들이 와서 자신의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엄마들은 안면이 있어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몇 마디 더 나누었을 때, 유치원 문이 열리며 아이들이 하나둘 나왔다. 다섯 명 정도의 아이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간 후, 유타로가 여느 때와 같이 웃는 얼굴로 뛰어나왔다.

 

“엄마아아!!” 

 

여전히 활기차다. 그래, 유타로. 내 품으로 안겨 오는 아이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배가 나오기 전까진 곧잘 안아 주었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어도 힘들었다. 나란히 걸으며 집으로 가는 길. 점심에 나온 당근을 남기지 않고 먹었다는 것과 친구와 함께 블럭을 쌓아 멋진 탑을 만들었다는 것이 오늘의 주된 이야기였다. 나는 유타로가 이렇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떠드는 것을 좋아한다. 나 역시 아이에게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말했다. 사소한 것 같지만 그런 사소한 것을 나누는 사람들이 가족이니까.  

 

“엄마, 유타로 동생은 언제 나와? 나 빨리 보고 싶어.”

 

최근 유타로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동생’이다. 매일 같이 언제 태어나느냐고 묻는다. 아직 조금 더 있어야 해. 나 역시 매번 같은 대답을 해야 하고. 하지만 이런 대화가 싫지 않다.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라 해도 내겐 특별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데, 보쿠토 씨가 돌아왔다. 야근이 잦아 항상 밤늦게 귀가하던 그의 생활이 달라졌다. 완전히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에 두세 번 정도는 평소대로 퇴근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 받은 덕분이다.

 

“케이지, 유타로. 나 왔어.

 

밝고 활기찬 목소리. 이 목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보쿠토 씨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유타로와 함께 퇴근한 그를 맞이했다. 아들을 번쩍 안아 들고 얼굴을 문지르며 애정을 확인한다. 그리고 내게는 검은 봉지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그러자 보쿠토 씨가 매우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과야. 오늘 아침에 먹고 싶다고 그랬었잖아.

 

혼잣말로 중얼거렸을 뿐인데, 또 그걸 들었나 보다. 예상 외의 선물을 받아 기분이 좋았다. 잘 먹을게요. 대답하자 보쿠토 씨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저러지?

 

“케, 케이지. 너 지금 웃었어. 완전 활짝 웃었다고. 그렇게 웃는 거 몇 번 본 적 없는데.

 

무의식 중에 그랬나 보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는데, 보쿠토 씨의 말을 듣고 보니 입술 끝이 높이 올라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주 웃어 줘. 너 웃는 거 진짜 예쁘단 말이야.

 

정말 낯부끄러운 소리를 잘도 하시네요. 창피함에 살짝 면박을 주었음에도 그는 헤실헤실 웃으며 유타로를 안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옷 갈아입고 나올게. 라는 말을 남기고. 보쿠토 씨가 나오기 전에 말끔히 식사 준비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태동이 느껴지는 배를 어루만지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아무 걱정 말고 무사히만 나와 줘. 우리 모두 널 기다리고 있어.

 

행복한 만남을 기대하며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

 

 

 

3년 후.

 

“유타로, 준비물 놓고 갔어!

 

내 부름에 현관을 박차고 나가던 유타로가 급하게 뒤돌아섰다. 아, 맞다! 깜박 잊은 게 생각이 났는지 배시시 웃으며 들어와 내 손에 들린 트라이앵글을 바라보았다.

 

“어젯밤에 미리 가방에 넣어 두라고 했었잖아.

“응. 카에데랑 노느라 잊어 버렸어.

 

변명을 하는 와중에도 제 동생의 이름을 말하며 기분 좋게 웃는다. 이러니 더 혼낼 수도 없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알았어. 학교 늦겠다, 얼른 가.

“네! 다녀오겠습니다!!

 

우렁찬 대답과 함께 유타로가 집을 나섰다. 1학년이 된 유타로는 보쿠토 씨를 닮아 활기차고 명랑한 아이로 자랐다. 더불어 동생인 카에데를 살뜰히 돌보는 씩씩한 오빠이기도 했다. 내가 피곤하거나 바쁠 땐 알아서 카에데를 돌보며 놀아 주었다. 어찌나 자랑스럽고 대견한 아들인지 모른다.

 

“유타로 벌써 나갔어?

 

오랜만에 휴가를 내 하루 쉬게 된 보쿠토 씨는 느긋하게 침실에서 나왔다. 그동안 쉴 새 없이 일만 했던 그는, 다행히도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마무리가 되어 회사에서 인정 받는 인재가 되었다. 덕분에 평일에도 가끔 이런 식으로 휴가를 낼 수 있었다.

 

“그럼요.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그래? 벌써 그렇게 됐나?

 

푹 잤으면서도 길게 하품을 하는 걸 보니 어쩐지 마음이 안 좋다. 둘째를 낳고 잠시 쉬다가 다시 회사에 복직했지만 아이 때문에 결국 그만두었다. 보쿠토 씨는 잘했다고 했지만 나는 내내 미안했다. 혼자서만 너무 일을 하게 하는 건 아닌지…….

 

“아이고, 우리 딸. 인형 놀이 하고 있었어요?

 

거실에서 조용히 놀고 있던 카에데를 발견한 보쿠토 씨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이를 번쩍 안았다. 예쁜 내 새끼, 하며 얼굴을 맞대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정말이지 아빠나 아들이나 카에데라면 죽고 못 산다. 하긴, 그럴 수밖에. 우리 집에 있는 유일한 여자니까.

 

“아빠, 아빠.

 

카에데는 제 아빠를 보고 작은 입술을 움직이며 정확하게 아빠라고 말했다.

 

“그래그래. 아빠야. 아빠가 같이 인형 놀이 해줄까?

“응.

 

부녀사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깨긴 싫지만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려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카에데도 어린이집에 가야 하니까 얼른 옷이나 마저 입혀 주세요.

 

그제야 카에데가 입고 있는 옷이 원복이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보쿠토 씨가 난감한 표정으로 아이를 내려놓았다. 아아, 모처럼의 휴일인데 카에데랑 못 놀겠네. 투덜거리면서도 그는 카디건을 입혀 주며 춥지 않게 챙겼다.

 

“카에데 데려다 주고 올 동안 씻고 간단하게라도 식사하세요. 토스트 만들어 놨으니까요.

 

아이에게 신발을 신기고 있는데, 보쿠토 씨가 뒤에 서서 이렇게 물었다. 갔다 오면 어디 좀 나갈까? 안 그래도 나가자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이럴 때 보면 정말 이 사람과 내가 부부이긴 한가 보다. 마음이 잘 통하는 걸 보면.

 

“네. 그러니까 얼른 씻고 준비하세요.

 

알았어. 대답한 뒤에도 보쿠토 씨는 카에데가 현관문을 완전히 나설 때까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유타로를 데리고 다녔던 길을 이제는 카에데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물론 목적지는 다르지만. 아직 유치원에 갈 수 없는 카에데는 집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좀 더 크면 유타로가 다녔던 유치원에 가게 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다.

 

벌써 3년이나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카에데를 볼 때 가끔씩 새삼스럽다고 느끼곤 한다. 이 아이를 내가 낳았다고 생각하면 괜스레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카에데는 전체적으로 나를 닮았지만 눈동자의 색은 아빠와 같은 금빛이었다. 유타로까지 합세해 셋이 나란히 있으면 정말 웃음이 나올 정도로 똑같이 생겼다.

 

어린이집에 도착해 선생님께 아이를 인계한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보쿠토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씻고 나왔어요? 응, 토스트 먹고 있어. 역시 말 잘 듣는 착한 남편이다.

 

“저 집에 거의 다 왔어요.

“올라와서 잠깐만 있어. 나 양치하고 옷만 입으면 되니까.

“네.

 

나가서 딱히 뭘 할 생각은 없지만, 오랜만에 쉬는 그와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도 좋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봐도 좋고.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보쿠토 씨가 먹은 토스트 접시를 치우는 동안 그는 깔끔한 옷차림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말쭉한 모습에 새삼 반할 것 같았다. 물론 말하지는 않을 거지만.

 

“어딜 가려고 그렇게 입었어요?

“응? 별로 차려입은 것도 아닌데 뭐.

“근데 진짜 어딜 가려고 그래요. 난 그냥 당신이랑 영화나 볼까 했는데.

“미안한데, 영화는 나중에 보자. 나 너 데리고 갈 데 있거든.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하자는 대로 했다. 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달린다 했는데, 갈수록 익숙하고 눈에 익은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알았을 때, 나는 괜스레 감격해 눈물이 나려는 것을 꾹 참았다.

 

“여기…….

“예전에 와서 보고만 갔었잖아. 여기서 결혼하자고 말했었는데.

 

그렇다. 도심 외각에 있는 한적한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자고 말했었다. 하지만 카에데가 생기고, 그 후엔 두 아이를 키우는 일에 정신이 없어 결혼식 생각은 아예 접고 말았다. 그것에 대해 보쿠토 씨에게 서운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 그는 우리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나도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식을 올리는 것에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설마 이곳에서 식을 올리자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을 줄이야.

 

“애들하고 부모님들까지 다 있는 자리에서 하면 더 좋겠지만, 그 결혼식은 조금만 더 미루자. 그땐 정말로 시끌벅적하게 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오늘은 너랑 나 둘이서만 하고 싶었어.

“결혼은, 한 번이면 돼요.

“알아. 근데 정식으로 누군가를 초대해서 하는 결혼식에선 이런 낭만을 못 느끼잖아?

 

낭만이라니. 보쿠토 씨 입에서 나온 의외의 단어에 풋, 하고 웃음이 났다. 진짜 못 말리는 남자다.

 

“조용하고 조촐하지만 이렇게 우리 둘이서, 딱 서로만 바라보면서 하고 싶었거든. 되게 로맨틱하지 않아?

“그렇네요.

 

보쿠토 씨와 나는 아무도 없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 손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신랑 신부가 함께 입장을 하는 것처럼. 턱시도도 부케도 없는 결혼식이지만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떨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있다. 주례자가 없어 보쿠토 씨가 마음대로 진행해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그래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결혼식이 될 것 같다.

 

“나 보쿠토 코타로는 아카아시 케이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껴 줄 것을 맹세합니다.

 

마주 본 자세에서 진실된 목소리로,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를 아껴 주고 소중히 대해 줄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확고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들으니, 첫사랑의 상대를 다시 만났던 그때 그 순간처럼 심장이 요동친다.

 

“저, 아카아시 케이지도 보쿠토 코타로 씨를 남편으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존중할 것을 맹세합니다.

 

사랑의 맹세가 끝나자 보쿠토 씨가 내 허리를 잡아당기며 바싹 몸을 붙였다.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사랑을 맹세했으니 도장을 찍어야겠지? 뜬금없는 소리에 눈을 크 뜨자, 그가 씨익- 웃었다.

 

“이 사랑이 확실하다는 것과 변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는 도장. 입술로.

 

뜨거운 숨이 얽혀 들었다. 입술이 부딪침과 동시에 내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슬퍼서가 아니라 감격에 겨운 눈물이다.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쳤던 십 대 시절. 나는 온 마음을 다해 한 사람을 사랑했고, 차가운 실연을 맛본 이십 대 때는 애써 잊으려 할수록 더욱 생각나 괴로움고 고독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 이십 대가 끝나갈 무렵, 나를 뜨겁게도 했다가 차갑게도 만들었던 이와 재회했다. 

 

꺼진 줄 알았던 사랑의 불꽃이 다시금 활활 타올라 나는 결국 그 불씨에 삼켜졌다. 냉수를 끼얹어 끌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더는 이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사랑이 절정으로 무르익은 삽십 대. 나는 오늘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행복과 감격을 누리며 살고 있다. 여기서 무엇을 더 바랄까? 그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외칠 뿐이다.

 

사랑해요, 보쿠토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