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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9화 [완결]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9화

 

 

9. 지금처럼만

 

 

오늘은 오랜만에 마츠카와 가족과 오이카와 가족이 함께 만나는 날이었다. 회사에서 매일 만나지만 아이들까지 모여서 만나는 것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일과 육아에 지친 그들에게 꿀맛 같은 휴가가 주어진 행복한 날이 찾아온 덕분이었다. 일주일이라는 나름의 넉넉한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것이 이번 모임의 주제였다.

 

먼저 카페에 도착한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날이 더워 이렇게 시원한 카페가 너무도 반가웠다. 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이와이즈미는 린부터 챙겼다.

 

"린, 가만히 앉아 있어. 이런 곳에서는 뛰어다니는 거 아니야."

"네에~"

 

대답을 했으면서도 린은 처음 온 카페가 신기한지 여기저기 둘러보기에 바빴다. 그런 딸이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오이카와는 황홀한 표정으로 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때, 하나마키가 아이를 안은 채 들어왔다.

 

"여, 하나마키. 여기야."

 

이와이즈미가 손을 들어 자리를 알려 주었다. 엄마 품에 안긴 유우는 이미 안면이 있는 삼촌들임에도 불구하고 수줍게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런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하나마키가 말했다.

 

"유우, 어른한테 인사할 때는 소리 내서 말해야 한다고 했지? 자, 다시 인사해 봐."

"아, 안녕하세요."

"잘했어."

 

자신의 옆에 아이를 앉히고 한숨 돌리는 하나마키에게 오이카와가 물었다.

 

"맛층은? 왜 너 혼자 와?"

"주차하고 있어."

"아, 그래. 그럼 일단 뭐 좀 시킬까? 우리 린쨩이 배고파 하는 것 같아서."

 

그러자 하나마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린 핑계대지 말고 그냥 네가 먹고 싶다고 해. 린보다 네가 뭔가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들켰어?"

"큭큭. 그래. 주문해라. 나는 카페모카, 시원한 걸로. 우리 유우는 팥빙수, 초코 맛으로."

"알았다. 근데 빙수는 우유쨩 혼자 다 못 먹을 테니까 린쨩이랑 둘이서 먹으라고 하자. 그래도 남기겠지만."

"그래."

 

이어서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와 자신이 먹을 것까지 정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때마침 들어온 마츠카와가 단번에 분위기를 읽고는 오이카와를 지나치며 말했다.

 

"어,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인사도 없이 주문만 덜렁 넘긴 채 유유히 자리로 가는 마츠카와를 보며 오이카와는 황당한 시선을 보냈지만, 정작 당사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유우 많이 컸네."

 

이와이즈미가 하나마키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자 신이 난 하나마키가 뿌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응. 요샌 밥도 잘 먹고 그래서 키가 좀 크는 것 같아. 린쨩은 여전히 활발하네."

"우리 애는 뭐.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해서 난리지. 유우 성격이랑 섞어서 반반씩 나눴으면 좋겠다."

"동감."

 

두 사람이 웃는 사이 마츠카와가 비어 있는 하나마키의 왼쪽에 앉았다. 유우는 오른쪽에 앉아 가만히 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유우는 한 마디 말이 없었고, 린은 조잘조잘 뭐라고 떠들었다.

 

"엄마, 유우쨩은 린이 싫은가 봐요. 나하고 말을 안 해."

 

아무리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는 유우를 보며 결국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린이 울먹이며 이와이즈미의 옷깃을 잡았다. 당황한 하나마키가 유우를 내려다봤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덤덤할 줄 알았던 유우까지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게 아닌가!

 

"유, 유우? 왜 그래?"

 

얼른 자신의 무릎에 앉힌 하나마키는 아이를 달래며 조심스레 이유를 물었다. 유우는 하나마키의 품에 안겨 작게 중얼거렸다.

 

"린쨩....안 싫어해. 근데 린쨩이 우니까...."

"그랬구나. 그럼 린한테 대답 좀 해주지 그랬어?"

"....린쨩이 말하는 게 뭔지 몰라. 흐윽...."

 

안타깝게도, 린이 열심히 말했던 만화에 대해서 유우는 아는 바가 없었다. 티브이 보다는 책을 더 끼고 사는 아이인지라 또래 애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잘 몰랐던 것이다. 귀여운 해프닝에 이와이즈미와 하나마키는 각자 아이들을 달래기 바빴고, 그 사이에 오이카와가 주문한 음료들이 줄줄이 나왔다. 입에 빙수가 들어가자 드디어 아이들의 입에서 울음이 멈추었다.

 

"야, 우리 휴가 때 다 같이 놀러 가자."

 

오이카와의 제안에 마츠카와가 피식 웃으며 반대했다.

 

"싫어. 가려면 너희 둘이서 가. 애들까지 다 가면 진짜 정신없다."

"그건 그래."

 

하나마키가 거들자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에게 눈짓을 보내며 도와달라는 사인을 보냈다. 어쩔 수 없이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편엔 서서 말했다.

 

"그래도 같이 가면 편한 것도 있잖아. 애들끼리도 혼자 노는 것보단 둘이 좋을 테고."

"그러려나? 그럼 이번 기회에 우리 유우가 린쨩이랑 놀면서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이와이즈미의 제안에 하나마키가 마음을 바꾸자 마츠카와 역시 금방 그의 뜻을 따랐다. 자신이 제안할 때는 심드렁하던 두 사람이 이와이즈미 말에만 반응하자 오이카와는 삐쳤다는 듯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맛층이랑 맛키, 진짜 심하네. 너희들 왜 나한테만 그래?"

"자자, 그만 떠들고 이거나 먹어라."

 

마츠카와는 자신의 앞에 있던 조각 케익을 떠서 오이카와의 입에 쑥 밀어 넣었다. 결국 열띤 이야기 끝에 두 가족이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가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어른들 짐에 이어 아이의 짐까지 가득 싸서 비행기에 오른 친구들은 아이들만큼이나 들뜬 얼굴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하는 장거리 외출이었기 때문이다.

 

짧은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내려 짐을 찾고, 미리 예약한 렌터카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자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지치고 말았다. 하나마키는 유우를 안은 채 침대에 엎드려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것은 옆방에 있는 이와이즈미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멀리 나온 것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유독 엄마들에게만 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우, 엄마 힘드니까 이제 아빠한테 와."

 

마츠카와가 아무리 부드럽게 달래도 유우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하나마키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결국 보다 못한 그는 억지로 아이들 안아 올려 하나마키에게서 떼어 놓았다. 잠시 울며 보챘지만 다행히도 금방 아빠의 품에 적응한 듯 편안히 고개를 기대었다.

 

"히로, 조금 쉬고 있어. 유우 데리고 호텔 한 바퀴만 돌고 올게."

"응. 고마워."

 

마츠카와가 아이를 데리고 나간 사이, 침대에 엎드려 있던 하나마키는 부스스 일어나 짐을 정리하며 본격적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피곤하다고 축 늘어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니 더욱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해 피로를 물리치고 처음에 짰던 스케줄부터 체크했다.

 

아이가 둘이나 있으니 몇 개 정도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코스를 짰다. 그리고 오늘의 첫 번째 코스는 힐링을 위한 산림욕이었다. 넓고 큰 숲길을 걸으며 정신없이 살아왔던 일상을 잊고 아이들에게는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대충 준비를 마친 하나마키는 옆방으로 가 벨을 눌렀다. 그러자 곧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가 린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가자는 거지?"

"응."

 

이와이즈미의 물음에 하나마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의 품에 안겨 있던 린은 누군가를 찾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못 참겠는지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물었다.

 

"하나 삼촌, 유우쨩은 어디 갔어요?"

"먼저 밖에 나가 있어."

"그럼 린도 빨리 나갈래."

 

그러면서 오이카와를 보채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그는 아이를 안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가면서 그가 슬프다는 듯 한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부터 아빠 말고 다른 남자를 찾다니. 린쨩, 아빠는 너무 속상해."

 

하지만 오이카와 린은 그저 그런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비록 4살이었지만 말도 똑부러지게 잘하는 야무진 아이었던 것이다.

 

"그치만 아빠. 아빠는 린하고 결혼 못 하잖아. 그러니까 린은 유우쨩하고 할 거야."

"...........!!!"

 

놀란 오이카와 옆에서 하나마키가 '푸훗.'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오이카와는 연신 절대로 안 된다고 했지만 린은 그런 아빠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벌써 유우쨩이랑 다 약속했어. 린은 유우쨩이랑 결혼할 거야."

"리이이인! 아빠는 허락할 수 없어. 아빠랑 평생 같이 살아야지."

"싫어."

 

단박에 거절하는 아이를 보며 오이카와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시덥잖은 소리 그만하고 빨리 나가기나 해."

 

그런 그의 곁에서 이와이즈미가 한심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어린애의 말을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냐면서.

 

밖으로 나오자 유우와 함께 호텔 근처를 산책하는 마츠카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 함께 차에 올라타 첫 번째 코스인 산림 공원으로 갔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길을 거닐다 보니 바빴던 일상을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 린과 유우도 숲길을 걸으며 까르르 웃기 바빴다. 한껏 상쾌한 공기를 즐긴 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닷가로 향했다. 해변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두 가족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뒤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휴가를 즐겼다. 마츠카와와 유우는 모래성을 쌓으며 시간을 보냈고, 하나마키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이카와는 귀여운 수영복을 입은 린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

 

"야, 뛰지 마! 애 다쳐!!"

 

걱정스러운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이와이즈미에게 오이카와가 환한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이와쨩도 들어와. 엄청 시원해."

"난 좀 이따가 들어갈게."

 

커다란 파라솔 아래서 이와이즈미는 짐을 풀며 린이 좋아하는 간식부터 꺼냈다. 실컷 놀다 보면 금세 배가 고플 것을 생각한 것이었다.

 

"하나마키, 넌 안 들어가?"

 

대충 정리를 끝낸 이와이즈미가 옆 파라솔에 앉아 아이만 바라보고 있는 하나마키에게 물었다.

 

"응. 유우가 별로 들어가고 싶어 하질 않네."

"유우가 물을 싫어했던가?"

"아니. 그건 아닌데 모래성 만드는 게 더 재밌나 봐. 이거에 질리면 금방 또 들어간다고 하겠지."

"그래. 아, 이거 마셔."

 

이와이즈미는 막 꺼낸 시원한 음료를 그에게 건냈다. 마침 목이 탔던 하나마키는 고맙다며 갈증을 해소해 줄 음료를 들이켰다. 톡 쏘는 탄산 덕분에 기분이 더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아빠와 함께 모래 놀이에 빠져 있던 유우는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더니 물었다.

 

"아빠, 린쨩은 어디 갔어요?"

"오이카와 삼촌이랑 바다에. 유우도 갈래?"

"응."

 

드디어 유우도 앙증맞은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발을 담궜다. 생전 처음 느껴 본 바다의 시원함에 유우는 금방 해맑게 웃었다. 아이를 안고 바다에 들어간 마츠카와는 미리 준비해 온 튜브배에 유우를 앉혔다. 그러자 언제 다가온 것인지 오이카와가 불쑥 나타나 배 위에 린까지 착석시켰다.

 

"기왕 끌어줄 거면 우리 린쨩도 부탁해."

 

빠직-

 

만약 불법 승차한 것이 오이카와였다면 가차 없이 물에 빠뜨렸을 텐데, 천사 같은 린이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오이카와 너는.......린 덕분에 산 줄 알아라."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힘껏 당겨. 난 뒤에서 따라갈게."

 

마츠카와가 앞에서 끌고 오이카와가 뒤에서 밀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때, 엄마들은 해변에 앉아 그런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와이즈미."

"응."

"너는, 네가 오이카와랑 결혼하게 될 줄 알았어?"

"어?"

"네가....오이카와랑 결혼해서 린쨩을 낳고, 이렇게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느냐고."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와 유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글쎄. 학생 땐 딱히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사귄 건 아니었지만 어른이 되면서 달라지긴 했지. 이 녀석이랑 헤어지지 않는다면 결혼까지 하겠구나, 라고."

"그랬구나."

 

희미하게 웃으며 수긍하는 하나마키에게 이번엔 이와이즈미가 물었다.

 

"너는 어때? 마츠카와랑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러자 하나마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전혀."

"어? 정말?"

"응."

 

정말로 하나마키는 자신이 마츠카와와 결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아니.....매일 태격태격하며 직장 생활을 할 때만 해도 그와 자신이 이런 식으로 얽혀 사랑을 키우게 될 줄은 정말이지 전혀 몰랐었다.

 

"난 말이야. 잇세이를 동경했었어. 젊은 나이에 팀장이 돼서 리더십 있게 팀을 이끌고, 자기 일을 확실하게 해내는 모습이 엄청 멋있게 보였거든. 그게 다였어. 이 사람이 너무 좋다든가, 사귀고 싶다든가 하는 마음은 없었어. 뭐, 가끔 필요 이상으로 멋있는 모습을 보여서 살짝 설레긴 했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와이즈미가 하나마키를 따라 웃었다. 자신이 알기로도,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사람의 속마음은 직접 듣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었기에 혹시나 싶어 물어본 것이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 끌리기 시작하는 거야. 황당한 거짓말로 날 속인 것도 용서가 될 만큼.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꼬시고 싶었으면 그런 거짓말까지 했을까 싶어. 하하하."

"그땐 진짜 나도 깜짝 놀랐었어. 네가 술김에 마츠카와랑 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다고."

"풉. 그랬었지."

"그래도 진짜 다행이야. 너랑 유우한테 얼마나 잘하냐?"

"응. 그건 그래. 근데 오이카와도 잘하잖아. 린쨩이랑 잘 놀아 주기도 하고."

 

이와이즈미가 미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음, 뭐.....아주 틀린 말은 아닌데. 도대체 내가 애 하나를 키우고 있는 건지 둘을 키우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아."

 

그러자 하나마키가 그를 보며 동의하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잇세이가 듬직한 것 같아도 한편으로는 아주 애 같은 면이 있어서. 진짜 유우랑 잇세이 중에 누가 어른인지 모를 때가 있어."

"푸핫. 너희 집도 그래?"

"완전."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며 박장대소했다. 그리고는 다시 남편과 아이가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하나마키."

"어."

"우리 내년에도 이렇게 같이 여행 오자. 애들끼리도 더 친해질 수 있게."

"좋지."

"어쩌면 내년엔 식구가 더 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와이즈미의 말에 하나마키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 너 설마 둘째 가졌어?"

"아니. 그냥 혹시 몰라서 한 말이었어. 또 알아? 진짜로 애들이 늘어 있을지?"

"어휴. 말도 마. 난 유우 하나만으로도 벅차."

 

고개를 흔들며 질색하는 하나마키에게 이와이즈미가 간식을 내밀었다.

 

"먹을래?"

"어. 하나만."

 

정갈한 모양의 쿠키를 집어 들어 입으로 넣으려던 하나마키가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이마를 찌푸리며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이와이즈미가 의문이 담긴 눈으로 물었다.

 

"왜 그래? 맛이 별로야? 출발할 때 공항에서 산 건데."

"아니....그게 아니라....."

 

이와이즈미는 직접 쿠키 하나를 들어 입에 넣었다. 하지만 달콤하고 바삭한 맛이 퍼질 뿐, 달리 불쾌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괜찮은데. 너 혹시 체했어? 아니면 피곤해서 그런가?"

"음. 그럴지도."

 

잠시 내려놓았던 쿠키를 다시 들어 먹으려던 하나마키는 '웁!' 하며 입을 막았다. 달짝지근한 쿠키 냄새가 미각을 자극해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거북하고 매스꺼웠다.

 

"미안. 나 이거 못 먹겠다."

 

결국 이와이즈미에게 쿠키를 돌려 준 하나마키가 불편한 얼굴로 드러누웠다.

 

"너 괜찮아? 진짜 아픈 거 아니야?"

"아....그냥 누워 있으면 가라앉을 것 같아."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데?"

"뭐...체한 것처럼 속이 거북해. 과자 냄새 맡으니까 금방 올라올 것처럼."

"그럼 진짜 체한....."

 

말을 하다 말고, 이와이즈미가 놀란 얼굴로 하나마키를 응시했다. 갑자기 말이 끊기자 하나마키가 감고 있던 눈을 슬며시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와이즈미?"

"너....."

"왜 그래?"

"너 설마......"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주저하던 이와이즈미가 옅게 한숨을 내쉬더니, 곧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너 혹시 둘째 가진 거 아니야?"

"..........에엑?"

"잘 생각해 봐."

 

진지하게 하는 말에 하나마키는 지난 날을 잠시 돌아보았다. 그리고 문득, 그와 관계했던 어느 날, 그 때의 날짜가 미묘했음을 깨달았다. 아슬아슬한 날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괜찮겠지, 라고 안일하게 넘어 갔었다.

 

"......야....나 진짜...맞는 것 같아."

"정말?"

"으, 응. 좀 위험했던 날이 있었는데.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피임 안 했거든."

"그럼 맞네."

 

거의 확신한 이와이즈미가 당장 병원부터 가보라며 하나마키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이와 신나게 놀고 있는 마츠카와를 불렀다.

 

"거기, 유우 아빠!! 마츠카와 잇세이!!"

 

이와이즈미의 부름에 열심히 끌던 튜브배를 세운 마츠카와가 무슨 일이냐며 바라보자 이와이즈미가 손가락으로 뒤에 앉아 있는 하나마키를 가리켰다. 직감적으로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 안 마츠카와가 오이카와에게 아이들을 맡긴 채 재빨리 모래사장으로 달려갔다.

 

헐레벌떡 달려온 그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그대로 하나마키를 데리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 둘을 배웅한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에게 다가가 상황 설명을 한 뒤 다시 파라솔 아래로 돌아와 자리를 지켰다.

 

말이 씨가 된다고, 내년이면 정말로 식구가 늘어서 오게 될지도 모르겠네.

 

흐뭇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그의 아이를 바라보는 이와이즈미의 입술에 미소가 가득했다.

 

지금처럼만. 딱 지금처럼만 서로 사랑하고 아껴 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들은 언제까지고 함께 하며 이 행복을 유지할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워하고, 때로는 슬퍼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지금처럼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