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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오이이와] 너에게로 가는 길 - 完

[오이이와] 너에게로 가는 길 - 完   Written by. Sanzo






오이카와는 초조한 얼굴로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그의 곁에는 양가 부모 모두가 와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간절히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잠시 후, 수술실의 자동문이 열리며 누군가 나왔다.


“남편 분,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부름에 오이카와는 재빨리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와이즈미가 누워 있는 침대에 가까이 갈수록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자연 분만을 하고자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아 결국 수술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의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님, 오셔서 아기 좀 보세요. 산모님도 아기도 다 건강합니다.”


의사가 흐뭇하게 웃으며 막 태어난 아기를 오이카와의 품에 안겨 주었다. 감히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격한 감동이 몰려왔다. 잠시 뭉클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던 오이카와는 그대로 이와이즈미에게 다가가 그의 품에 아기를 안겼다.


“하지메, 우리 아이야. 봄이가 태어났어.”


아직은 정신이 없어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하는 이와이즈미에게 오이카와는 계속해서 말을 걸었고, 그의 이마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 고맙다 속삭였다.


그로부터 수년 뒤.


우다다다-


집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우렁찬 뜀박질 소리가 들렸다.


“토오루, 타이가 잡아!”


이와이즈미의 다급한 목소리에 거실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고 있던 오이카와가 살며시 고개를 틀었다. 그러자 유치원 복을 입은 채 가방을 매고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빠!”


오이카와 타이가. 올해로 네 살이 된 두 사람의 아들이었다. 타이가는 오이카와의 무릎에 앉아 숨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아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오이카와가 흐뭇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타이가. 무슨 일이야? 엄마가 왜 화를 내시는 건데?”

“나는 아빠 따라가고 싶은데 엄마가 안 된대.”


무슨 말인가, 잠시 생각하던 오이카와가 이내 뜻을 알아채곤 픽 웃었다.


“아빠는 놀러 가는 게 아니야, 아들. 경기하러 가는 거니까 안 되지.”

“나도 알아. 아빠 시합하는 거 보고 싶어.”


오이카와는 오늘 오후, 원정 경기를 위해 도쿄를 떠나야 했다. 아빠가 배구 선수인 것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타이가는, 이번에야말로 원정에 따라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와이즈미의 반대로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이다.


“아빠 경기는 티브이로 볼 수 있잖아. 그러니까 유치원…….”

“싫어! 가서 보고 싶단 말이야. 우리 새싹반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야.”


현재 일본 최고의 배구 선수로 우뚝 선 오이카와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그는, 타이가에게 있어 언제나 자랑거리이자 본받고 싶은 우상이었다. 유치원 친구들이 늘 부러워하며 말을 거는 것도 뿌듯하게 생각했다.


그 때, 방에서 나온 이와이즈미가 한숨을 내쉬며 타이가의 머리 위에 유치원 모자를 씌워 주었다.


“그래도 안 돼. 유치원에 가야지.”

“엄마, 엄마. 아빠 따라가자, 응?”


어린 아들은 애처로운 정도로 조르기 시작했고, 이와이즈미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아이는 오늘따라 좀처럼 수긍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이카와가 삐뚤어진 아이의 모자를 만져주곤 이렇게 말했다.


“하지메쨩, 타이가 유치원에 전화해서 며칠 쉰다고 말해.”

“뭐?”

“오늘 나 원정 가는 데 같이 가자.”

“하지만 너 팀원들이랑 가는 거고, 가서도 시합 준비하느라 바쁠 거잖아. 우리가 따라가면 신경 쓰여서…….”

“괜찮아. 알아서 잘 할 테니까 이번엔 같이 가자.”


이와이즈미는 그동안 한 번도 그의 원정에 따라가지 않았다. 원래부터가 팀원들끼리 움직여야 하는 것이니 괜히 가서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불편함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오이카와가 먼저 가자고 권했다.


“그래도 돼?”

“당연하지. 우리 숙소 근처에 머물 곳 있나 알아볼 테니까 걱정 말고 따라와. 타이가랑 시합도 구경하고 동료들이랑도 인사하고, 그렇게 해.”

“아, 알았어.”


도쿄에서 시합을 할 땐 아이를 데리고 종종 갔었지만 원정 경기를 가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이와이즈미 역시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곧장 타이가의 유치원에 전화해 간단히 사정을 설명했다. 오이카와를 따라가는 원정이라니, 이와이즈미도 아이처럼 떨리고 설렘으로 가득 찼다.


오이카와는 팀에 양해를 구하고 선수단 버스가 아닌 이와이즈미와 아이를 태운 다른 차에 올라탔다.


“너 이래도 돼? 다른 선수들이 싫어하지 않아?”


이래저래 눈치가 보이는지 이와이즈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걱정할 거 없어. 다들 이해하니까. 매번 이러는 것도 아니고 처음이잖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타이가는 이와이즈미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그런 아이를 꼭 안은 채 이와이즈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이와이즈미를, 이번엔 오이카와가 물끄러미 응시했다. 새삼스럽게 그가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져 피식- 웃음이 번졌다. 어린시절, 소꿉친구부터 시작한 두 사람의 인연이 참 길었다.


그리고 십 대 때, 열렬히 사랑했고 이십 대 때 잠시 헤어졌었다. 헤어진 시간 동안도 서로를 원하고 사랑했기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타이가. 두 사람의 결실이었다. 그러한 과정을 회상하니 사뭇 마음이 먹먹해진 오이카와가 살며시 손을 뻗어 이와이즈미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감촉에 이와이즈미가 고개를 돌리자 언제나의 그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랑해, 하지메.”

“갑자기 뭐야.”

“그냥. 말하고 싶었어.”


싱글싱글 웃는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지만, 이와이즈미는 이내 옅게 웃으며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오이카와는 충분히 대답을 들은 것과 같다고 여겼다. 이미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이였기에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었다.


오이카와가 머물 숙소 근처에 방을 잡은 이와이즈미는 얼른 짐을 풀고, 팀 내에서 연습 경기를 갖는 모습을 보기 위해 숙소 옆의 체육관으로 향했다. 연습 경기라 해도, 팀의 전력이 노출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은 철저히 출입을 제한하지만 선수의 가족 자격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장신의 선수들이 가볍게 몸을 풀며 체육관 내를 돌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기도 했다. 오이카와는 다른 선수가 올려주는 토스를 받아 강하게 스파이크를 하는 것으로 몸을 풀었다. 관람석에 앉아 있던 타이가가 제 아빠를 보곤 방방 뛰며 소리쳤다.


“아빠! 아빠아아아아!”


평소라면 들리지 않을 순수하고 맑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체육관 안에 퍼지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고, 당황한 이와이즈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리곤 재빨리 타이가의 입을 막곤 조용히하라며 주의를 주었다.


“타이가, 떠들면 안 된다고 했잖아.”


엄마의 지적에 아이는 부쩍 실망한 얼굴로 작게 대꾸했다.


“그치만…… 아빠가 잘하니까, 응원하고 싶어.”

“그래도 안 돼. 아빠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삼촌들 많이 있으니까 조용히 봐야 해.”


다정하게 어르는 이와이즈미의 곁에 누군가 다가왔다. 오이카와가 소속된 팀의 감독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그는, 너그럽고 후한 얼굴로 웃으며 타이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편히 보라고 하세요. 아이들은 이렇게 활기차고 밝아야 건강한 겁니다. 아빠가 저렇게 훌륭한 선수니 얼마나 자랑스럽겠습니까?”


그리고는 사람 좋은 표정으로 허허허, 웃었다. 감독의 배려로 타이가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나게 응원했고, 덕분에 오이카와뿐만 아니라 주변 선수들까지도 웃으며 연습에 임할 수 있었다. 모두가 타이가의 재롱과 응원에 힘입어 훈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연습을 마쳤다. 오이카와의 소속팀 선수 중에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친구들이 몇 있어 이와이즈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야, 이와이즈미. 너 진짜 오랜만이다. 오이카와 경기할 때도 자주 안 오잖아.”


마츠카와가 너스레를 떨며 말을 걸자, 이와이즈미가 저만큼 멀어진 타이가에게 시선을 둔 채 대답했다.


“종종 갔어. 매번은 아니어도.”

“그랬어? 근데 왜 난 못 봤지?”

“경기에 집중해야지 나 찾을 시간이 어디 있냐?”

“하긴.”


그래도 오랜만에 본 친구가 반가운지 마츠카와는 쉬는 시간마다 관람석 쪽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의 곁에는 또 다른 동창인 하나마키도 있었다. 세 사람이 수다를 떨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오이카와는 감독 및 코치들과 모여 구체적인 포지션과 작전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주고 받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여유를 내지 못해 이와이즈미를 홀로 두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던 오이카와는, 그 빈자리를 잘 채워주는 친구들에게 내심 고마워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일 있을 원정 경기 작전 회의가 끝나자 오이카와는 활짝 웃는 얼굴로 자신을 기다리는 타이가에게 다가갔다. 내내 삼촌들과 놀고 있던 타이가는 오이카와가 다가와 손을 뻗자 작은 몸으로 열심히 달려 그에게 가 안겼다.


“아빠!”

“그래, 우리 아들. 삼촌들하고 잘 놀고 있었어?”

“응응! 아빠가 제일 멋있어.”


여전히 맥락 없는 칭찬이었지만, 오이카와는 크게 웃으며 아이의 얼굴에 연신 뽀뽀를 선사해 주었다.


“역시 내 아들!”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행복해하는 부자(父子)의 모습에 마츠카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거 아들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냐? 야, 히로. 우리도 빨리 하나 낳자.”

“이번 시즌 끝나면 생각해 볼게.”


아직 결혼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혼부부인 마츠카와와 하나마키는, 팀 내에서도 그리고 배구계에서도 선수 커플로 유명했다. 그런 둘을 보며 피식 웃던 이와이즈미는, 붕어빵 얼굴인 남편과 아들의 모습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어떻게 닮아도 저렇게 닮을 수가 있을까?


다음 날. 원정 경기 첫 번째 팀과의 시합이 시작되었다. 체육관 안은 만석이었고, 응원의 열기도 대단했다. 이와이즈미는 선수단이 올 때 미리 함께 온 덕분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이윽고 경기가 시작되자 양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체육관 안이 응원의 목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타이가 역시 작은 손을 모아 제 아빠를 응원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런 아들이 귀여운지 이와이즈미의 입술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초반에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모든 면에서 오이카와의 팀이 상대 팀을 압도했다. 실력과 체력 모두가 월등히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한 점이 남았을 때, 오이카와는 스파이커에게 그야말로 자로 잰 듯한 토스를 올려 주었고, 그것은 그대로 점수로 연결되었다. 세트 스코어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완승을 거두었다.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오이카와는 씻자마자 감독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바로 근처에서 머물고 있는 이와이즈미와 타이가에게 향했다. 같이 묵겠다고 하는 오이카와를 쫓아 선수 숙소로 보낸 것이 이와이즈미였다. 단체 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장인 그가 규칙을 깨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덕분에 이렇게 씻은 뒤 잠시 가서 얼굴을 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래도 오이카와는 이 원정 길에서 가족과 함께라는 것이 행복했다.


“피곤할 텐데 안 자고 왜 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와이즈미 역시 오이카와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슬며시 옆으로 비켜 주었다. 피곤했는지 벌써 곤히 잠이 든 타이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 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품에 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하아. 역시, 하지메쨩을 안고 있는 게 제일 기분 좋아.”

“어린애 같은 소리 하지 마.”

“진짜야. 널 안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서 진정이 된다고.”


이와이즈미도 막 씻었는지, 목덜미에서 향기로운 비누 냄새가 났다. 습, 하고 숨을 들이마시자 머리까지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안고 자고 싶은데, 내일 또 경기가 있어 숙소에서 자야 했다.


“아, 진짜 좋다. 그냥 이러고 잤으면 좋겠어.”


조금 투정을 부리자 이와이즈미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그의 등을 토닥였다.


“나도 그러라고 하고 싶지만 팀원들 보는 눈이 있으니까. 너 이렇게 나와 있는 것도 감독님 배려 덕분이고. 이 이상 폐를 끼치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있다가 가.”

“응.”


이와이즈미의 손길을 느끼며 오이카와가 살며시 눈을 감았다. 돌이켜 보면, 그 때 어떻게 이와이즈미와 헤어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자신이 더 놀라웠다. 헤어져 있는 시간 동안 죽을 만큼 그리웠고 또 그리웠다. 그런데도 미련하게 자존심을 지키고자 몇 달이나 버텼다.


“나 어떻게 참았는지 몰라.”


뜬금없는 발언에 이와이즈미가 다독이던 손길을 멈추고 물었다.


“뭐가? 너 어디 아픈 거야?”

“아니.”

“근데 뭘 참아?”


다시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는 손길을 느끼며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어깨에 얼굴을 부볐다. 아이처럼 어리광을 피우는 오이카와를 보며 이와이즈미는 다른 한 손으로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그리고 쪽, 하고 입술을 꾹 눌렀다. 얼굴을 묻은 오이카와가 장난스럽게 큭큭, 웃는 소리가 들렸다.


“와, 미치겠네. 너 이러니까 못 가겠잖아.”

“발정하지 마, 바보야. 힘내라고 응원한 것뿐이니까.”

“하지메쨩 응원 덕분에 내일도 이기겠다.”

“그래야지. 근데 너 아까 하던 얘기 뭐야? 뭘 참는다는 건데?”

“아, 그거.”


오이카와는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전에, 딱 한 번 헤어진 적 있었잖아. 나 프로에 데뷔한지 얼마 안 됐을 때.”


기억이 났는지 이와이즈미가 아, 하며 말끝을 흐렸다.


“나 진짜 너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거든. 근데 막상 찾아갔을 때 네가 나를 다 잊었을까 봐, 너는 하나도 안 힘들어하고 있을까 봐 겁이 나서 못 갔어. 괜히 자존심도 상하고.”

“알아. 나도 그랬으니까.”

“그 때 일이 새삼 생각이 나잖아. 지금 같으면 너 안 보고는 죽어도 못 살 것 같은데, 그 땐 어떻게 몇 달씩이나 버텼는지 몰라.”

“그러게.”


이와이즈미 역시 오랜만에 그 일을 떠올리며 풋, 하고 웃었다. 철없을 때의 일이다. 철부지처럼 자존심을 내세우기 바빴던 바로 그 시절.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 너 없었으면 나 진짜 못 살았을 거야.”


오이카와의 말에 이와이즈미가 양팔로 그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나도 그래. 그리고 우리 타이가가 생긴 덕분에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지.”

“맞아. 타이가가 완전 복덩이라니까?”


흐뭇하게 웃으며 오이카와는 각인을 새기듯 이와이즈미의 목덜미에 붉은색 도장을 만들었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야, 하지메. 비록 한 번 헤어졌었지만 우리 아이가, 너와 나의 아이가 만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지. 내가 네게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여 줬어. 앞으로도 평생 너와 타이가를 위해서 살게.


사랑해, 하지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