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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4화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4화        



4. 오늘부터 1일



이 사람,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누가 누굴 좋아해?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야, 하나마키. 진지하게 들어줘."
"자, 자, 자, 잠깐만요!"

당황한 하나마키가 마츠카와의 입을 막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당신이 날 왜 좋아하는데? 맨날 괴롭히고 못 살게 굴었으면서.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하나마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마츠카와는 그의 손을 잡아 내리곤 그대로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에 하나마키의 얼굴은 한층 더 붉어졌다.

"나 농담하는 거 아니야. 평소 내 행동이 좀 가벼워 보였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그건 네가 좋아서 그랬던 거였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그런 식으로 밖에는 하지 못해서 미안했어."
"......."
"그동안의 나는 잊고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보고 판단해줘.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하지만 하나마키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은커녕 머리가 핑핑 돌아 쓰러질 것 같았다. 그의 상식에서는, 마츠카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나마키."
"자, 잠시만요. 저 생각 좀 하고요."

가까스로 입을 연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 하지만 손등에 남아 있는 입맞춤의 감촉은 생상하게 살아 있었다. 미치겠네, 진짜. 아무리 생일이라지만 이런 고백은 반칙이잖아.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거듭하는 동안 하나마키는 문득 치욕적인 그와의 밤을 떠올렸다.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아침의 풍경. 설마, 마츠카와 팀장이 일부러 그랬던 건가?

"팀장님, 물어볼 게 있는데요."
"어, 그래."

답지 않게 마츠카와의 얼굴이 긴장으로 잔뜩 굳어 있었다. 넉살 좋고 능글거리던 그가 아니었다.

"그날 말입니다. 그......저랑 팀장님이랑 호텔에서 일어난...."
"아, 회식 다음 날?"
"네. 그날이요! 정말로 뭔가 있었던 겁니까? 진짜로 제가.....팀장님이랑....그런 거예요?"

차마 확실하게 묻지는 못하겠는지 하나마키가 대충 둘러서 물었다. 그 정도 들어도 뭘 묻고 있는지 알 수 있었기에 마츠카와가 짧게 웃음을 터뜨린 뒤 대답했다.

"아니야."

여기까지 왔으니 더 이상 오해하게 만들 필요는 없겠지.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 널 곤란하게 만든 일에 대해서 사과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아무 일도 없었어."
"지, 진짜요?"
"그래. 그때 네가 너무 취해서, 내가 씻고 나오니까 알아서 막 옷을 벗더라고. 겉옷까지 입은 채로 그냥 자게 했더니 불편했던 모양이야."
"제, 제, 제가 스스로 옷을 벗었다고요?"
"어. 나 진짜 너한테 손 안 댔다."
"하...맙소사."

하나마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그런 짓을 했을까! 그것도 마츠카와 팀장님 앞에서....! 일생일대의 실수다.

"이제와 말해서 미안. 근데 하나마키, 어디 가서 술 많이 마시지 마."
"네?"

갑자기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어 하나마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마츠카와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내 앞에서였으니 망정이지, 다른 놈들 앞에서 그랬으면 진짜....상상하기도 싫다."

저는 팀장님 앞에서 그런 것도 싫습니다만. 하지만 질색이라는 듯 싫은 티를 팍팍 내는 마츠카와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조금 귀엽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했다.

"무엇보다 하나마키, 내가 너한테 손 안 댔다는 증거는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아?"
"무슨 말입니까?"
"너 허리 멀쩡했잖아. 한 번이라도 했으면 안 아팠을 리가 없을 텐데."

헉....! 그러고 보니 그랬다. 만약 자신이 그와 관계를 맺었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멀쩡했을 리가 없었다. 어디 한 군데는, 특히 허리나 엉덩이가 쿡쿡 쑤셨을 텐데. 하나마키는 지극히 멀쩡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속옷 차림에 마츠카와와 한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놀라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얼마나 참았는 줄 알아? 좋아하는 사람이 내 앞에서 홀랑 벗고 자고 있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으니. 넌 오히려 날 칭찬해 줘야 돼."

아, 그러세요?

무척 자랑스럽다는 듯 말하는 마츠카와의 태도에 하나마키는 기가 막혔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말도 맞았기에 달리 반박하지는 못했다.

"내 거 해라, 하나마키."
"........."
"나, 다른 놈한테.....아니, 설령 여자라 해도 너 뺏기는 거 싫다. 그 꼴 못 봐."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누구보다도 절박하게, 또 진실되게 말하는 마츠카와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하나마키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저한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이렇게 갑자기는......대답 못 합니다."

실망할 줄 알았건만, 오히려 마츠카와는 빙긋 웃었다.

"다행이다."
"네?"
"단칼에 거절당할 줄 알았거든. 근데 생각해 보겠다는 건 그래도 조금은 날 이해해 보겠다는 뜻이기도 하잖아."

그렇게 되는 건가? 뭐, 아무렴 어때.

"팀장님이 진지하게 말씀하시는데 생각도 안 해보고 거절하는 건 너무한 일이잖아요. 적어도 고민은 해 봐야죠."
"역시 성실하네, 하나마키는."

여기까지 진전된 것만으로도 마츠카와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일이었다. 그는 아무 선물도 받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만 가자. 오늘 정말 고마웠어."

"아닙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마츠카와는 하나마키가 준 케이크를 상자에 담아 소중한 물건을 품듯 손에 들었다. 별것도 아닌 케이크를 너무도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에 하나마키는 괜스레 가슴이 떨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준 것이기 때문에 그가 더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역까지 함께 온 두 사람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하나마키는 처음으로, 대화가 없어도 편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덜컹이는 지하철 안에서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불편하거나 싫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하나마키가 먼저 내려야 할 때가 되자 마츠카와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말 잘 쉬고. 월요일에 보자."

"네. 팀장님도 푹 쉬세요."

 

짧은 인사를 마치고 내리는 하나마키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이 되자 정확하게 문이 닫혔다. 하나마키는 바로 움직이지 않고 열차가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츠카와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걸어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금 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제대로 실감이 났다.

 

"나, 나, 나 오늘 고백 받은 거 맞지? 그것도 천하의 마츠카와 팀장님에게?!"

 

정말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좋아한다고 고백할 때의 마츠카와의 얼굴이 너무도 진지해 여느 때처럼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마츠카와 잇세이 팀장님이 나를 좋아한단 말이야? 괴롭히고 못 살게 굴었던 것도 전부 좋아해서 그랬던 거라고? 맙소사....!

 

하나마키는 침대 위를 이리저리 뒹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머리끝까지 오른 열기는 쉽게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아무리 눈을 꼭 감아도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하던 마츠카와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월요일날 출근을 어떻게 하지?"

 

회사에 가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또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마키는 주말 내내 마츠카와의 일만 생각하다 시간을 소비하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끔찍하게도 월요일 아침이었다.

 

"말도 안 돼......"

 

내가 팀장님 생각만 하느라 주말을 그냥 날렸단 말이야? 이게 말이 되냐고! 내가 어쩌다......

 

축 처진 어깨를 한 채 출판사 입구에 다다른 하나마키는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먼저 출근한 동료가 있는지 숫자는 4에서부터 떨어졌다. 기다리던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문이 열리자 얼른 올라탄 그는 4가 적힌 버튼을 누르고 한쪽 벽에 기댔다. 주말 동안 잠을 설쳤더니 괜히 피곤했다. 그래서 살짝 눈을 감으려는데, 닫히는 문 사이로 커다란 손 하나가 쑥 들어왔다.

 

언제가의 데자뷰 같은 상황에 감기던 하나마키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예상대로 손의 주인은 마츠카와였다.

 

"어, 하나마키. 좋은 아침."

"아, 네. 좋은 아침입니다."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나니 다시 스르르 눈이 감기려 했다. 하나마키가 힘없이 기대어 있는 것을 본 마츠카와는 그의 곁으로 바싹 다가갔다. 그리고는 거리낌 없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네."

 

이마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에, 또 얼굴에 닿는 숨결에 깜짝 놀란 하나마키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살짝 물러났다.

 

"아픈 거 아닙니다. 그냥 좀 피곤해서...."

"왜? 주말에 뭐 했는데?"

"그냥 있었습니다."

"아하, 내 생각했구나? 그렇지?"

 

움찔.

 

아니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그게 사실인지라 하나마키는 잠시 멈칫하며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당연히 아니라며 발끈할 줄 알았던 하나마키가 시선을 피한 채 입술만 달싹이자 마츠카와가 의외라는 듯 살짝 고개를 꺾어 더욱 거리를 좁혔다.

 

"진짜 내 생각했구나, 하나마키."

"아, 아닙니......흡!"

 

그제야 부정하려던 하나마키의 입술은 마츠카와에 의해 완전히 덮히고 말았다. 엘리베이터 안이라는 환경 때문에 곧바로 떨어지긴 했지만, 입술이 떨어짐과 동시에 문이 열려 하마터면 누군가에게 보일 뻔했다.

 

"팀장님!"

"네가 귀엽게 구니까 그러는 거잖아."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그래그래. 내가 다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내리는 마츠카와의 모습을, 하나마키는 망연자실하게 바라보았다. 지,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뭐, 사랑해? 진짜 저놈의 인간을 그냥!

 

발끈한 하나마키가 마츠카와의 뒤를 바싹 쫓으며 언성을 높였다.

 

"팀장님, 도대체 아까 그.......!"

 

울컥 화를 내려던 하나마키는 마침 사무실에서 나오는 동료를 발견하곤 서둘러 말을 바꾸었다.

 

"그.....그런 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리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동료와 눈인사를 했다. 동료가 지나가고 나자 마츠카와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가가 하나마키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아까 키스 좋았구나. 알았어, 앞으로 더 자주 하자."

"으....! 그게 아니라...."

"자자, 얼른 들어가서 일하자."

 

하나마키의 얘기는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마츠카와는 싱글싱글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

 

 

 

점심시간. 오이카와의 외근이 길어져 점심 때에 맞춰서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자 이와이즈미는 오랜만에 하나마키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곧 죽어도 따라오겠다는 마츠카와를 간신히 떼어 놓고 나온 둘은 출판사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갔다.

 

"하나마키."

"응?"

"너 마츠카와 팀장님이랑 사귀냐?"

 

풉.

 

하나마키는 뿜어져 나오는 콜라를 가까스로 막았다. 그랬어도 테이블에는 좀 흘렸지만 이 정도면 선방이었다. 입가에 흐르는 콜라를 닦으며 하나마키가 말했다.

 

"아니야. 절대 아니거든?"

"진짜 안 사귀어? 난 둘이 꽤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어, 어? 그래?"

 

이와이즈미의 입에서 긍정의 말이 나오자 하나마키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응. 마츠카와 팀장님이 좀 가벼워 보여도 실제로는 안 그럴 것 같단 말이지. 그리고 너 좋아하는 거 눈에 다 보일 정도로 표현하던데, 몰랐어?"

"전혀. 넌 그런 게 보여?"

"당연하지. 항상 너한테만 시비 걸고, 장난치고 그러는 것만 봐도 뻔하잖아."

 

그런가. 대답하며 하나마키는 그동안의 마츠카와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그랬다. 다른 팀원들에게는 상사로서의 모습만 보이는 반면, 자신에게는 애처럼 굴 때도 꽤 많았다. 다만, 그걸 보면서 한 번도 자신을 좋아해서 그런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이지.

 

"어쨌든 좋은 사람인 것 같더라. 오이카와도 그러고."

"오이카와 팀장님이 뭐라고 했는데?"

"그냥. 일도 잘하고, 성실하고, 재치도 있고. 은근히 뒤에서 챙겨 주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로 딱 그랬다. 어쩌면 하나마키 본인이 마츠카와의 좋은 면을 보려고 하지 않아서 모든 것이 다 마음에 안 들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아직 안 사귀는 거였구나. 사귀는 거라면 축하한다는 말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어, 아니야. 사귀긴 뭘."

 

괜스레 쑥스러워진 하나마키는 앞에 놓인 햄버거 포장을 풀고 얼른 한입 베어 물었다. 이와이즈미도 햄버거를 먹기 위해 막 포장을 풀었을 때였다.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곧 햄버거를 내려놓고 입을 틀어막았다.

 

"욱. 우웁!"

 

구토 증상을 보이며 급히 일어난 이와이즈미는 화장실로 직행했다. 맛있게 햄버거를 먹던 하나마키만 덜렁 남아 순식간에 사라진 이와이즈미의 흔적을 찾았다.

 

"이, 이와이즈미?"

 

벌써 문이 닫힌 화장실을 바라보다 이내 속이 안 좋은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식사를 중단한 채 일어나려던 그의 눈에, 막 화장실에서 나오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야, 너 괜찮아?"

 

금방 핼쑥해진 얼굴로 나타난 이와이즈미는 햄버거는 보기도 싫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하나마키 쪽으로 쑥 밀었다.

 

"네가 다 먹어라."

"지금 먹는 게 문제야? 너 얼굴 완전 안 좋아. 체하기라도 한 거야?"

"그런 것 같아. 음식 냄새만 맡아도.....우욱!"

 

말을 하다 말고 다시 입을 막고는 화장실로 뛰는 이와이즈미를 보며, 하나마키의 머릿속에 스치는 가능성이 하나 있었다. 설마.....!

 

이와이즈미가 자리로 돌아와 앉았을 때 하나마키는 자세를 낮추고 그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와이즈미, 너 혹시.....임신한 거 아니야?"

".......뭐?"

"속 그렇게 불편한 거 언제부터 그랬는데?"

"한 며칠 된 것 같아. 그냥 체한 걸 거야. 이렇게 소화가 안 될 때가 있거든."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가 봤을 땐 너 임신인 것 같다. 음식 냄새 전혀 못 맡는 걸 보면 답 나오잖아."

 

하나마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와이즈미는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오이카와, 이 망할 자식이.....!"

 

흥분한 채 오이카와 이름만 읊어대는 이와이즈미를 겨우 진정시킨 하나마키는 우선 축하의 인사부터 건넸다.

 

"진짜 축하한다. 너랑 오이카와 팀장님 사이에 생긴 애잖아. 무조건 화부터 내지 말고 일단 기뻐하라고. 엄마가 그러면 애가 얼마나 서운하겠냐?"

"후우.....알았어."

"그래. 어쨌든 진짜 잘됐네. 이따 퇴근하고 병원에 꼭 가 봐라. 정말 내가 다 기쁘다."

 

자기 일처럼 좋아하는 하나마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와이즈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도 얼른 짝을 만들라고. 맨날 일만 하면서 지내면 지쳐."

"그건 그렇지. 진짜 피곤하긴 해."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데서 만나 봐."

"그런 사람 없어."

"왜 없어? 있잖아, 마츠카와 팀장님."

 

헉. 여기서 그 인간 얘기를 왜 꺼내? 안 그래도 이름만 들으면 심란해 죽겠는데. 하지만 하나마키를 심란하게 만드는 장본인이 직접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탁-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 앞에 마츠카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테이블을 손으로 치며 씨익 웃었다.

 

"이와이즈미 씨, 말 잘했습니다."

"네?"

 

갑자기 나타나 뭘 잘했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이와이즈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마츠카와가 그의 앞에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저랑 하나마키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밀어주니 이거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아.....네."

"그리고 축하합니다. 별건 아니지만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마츠카와가 준 종이가방 안에는 신생아 용품 몇 가지가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본 이와이즈미는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오이카와 팀장이 이 소식을 들으면 하던 일도 제쳐 두고 날아오겠군요."

"하...하하...그렇겠죠."

 

이와이즈미가 어색하게 웃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하나마키가 이마를 구기며 마츠카와를 제지했다.

 

"팀장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여긴 또 어떻게 오셨어요!"

"나도 밥 먹으러 왔어. 두 사람이 날 버리고 가서 혼자 왔지. 그랬더니 축하할 만한 소식이 들려서 말이야."

"하아....선물 주셨으니 가서 식사나 마저 하세요."

"응. 그전에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아직도 할 말이 남았는지 마츠카와는 자리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성격상 말을 하지 않으면 꼼짝도 안 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하나마키는 거의 포기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어서 빨리 말하고 돌아가라는 듯이.

 

"이와이즈미 씨, 걱정해 줘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하나마키 옆에 있을 사람 말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나마키는, 설마하니 마츠카와가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폭탄 발언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말에 하나마키뿐만 아니라 이와이즈미까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랑 하나마키, 오늘부터 1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