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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Sanzo/HQ!! 글연성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5화

[마츠하나] 회사원 (+오이이와) 5화

 

 

5. 저는 그게 처음이었습니다.

 

 

하나마키는 마츠카와를 끌고 패스트푸드점 밖으로 나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뭐가."

 

불같이 화를 내며 따지는 하나마키의 모습에도 마츠카와는 전혀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시큰둥한 반응이다.

 

"뭐가, 라뇨! 이와이즈미 앞에서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언제 팀장님과 사귀기로 했다는 건데요!"

"아, 그거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제야 알겠다는 얼굴로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마츠카와를 보고 있자니 하나마키는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웃어? 지금 웃냐? 넌 웃음이 나와??

 

"주말 내내 생각해 봤을 거 아니야. 내가 고백했던 거."

"그, 그건 그렇지만......."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어? 아직도 부족해?"

"지금 그게 문제라 아니라, 왜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처럼 말씀하시는 거냔 말입니다. 이와이즈미가 오해하면 어떡합니까?"

 

하나마키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따지기에 바빴다. 하지만 마츠카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평온 그 자체였다.

 

"오해하라고 해. 그러라고 한 말이니까."

"뭐라고요?"

 

기가 막힌다는 듯 하나마키가 입을 딱 벌리자 이때다 싶었는지 마츠카와가 그에게 살짝 얼굴을 기울였다.

 

"내가 말했었지."

 

뭐를? 이라는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하나마키에게 마츠카와는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한테도 너 주기 싫다고. 남자든 여자든 내가 아닌 사람이 네 짝으로 있는 건 용서 못 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진짜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얼굴에 하나마키의 얼굴이 저절로 붉어졌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그와 키스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나마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마츠카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는 너 포기할 생각 없어. 그러니까 내가 포기하길 기다리느니 네가 포기하는 게 더 빠를 거야."

 

그리고는 말릴 새도 없이 하나마키의 반듯한 이마에 입술을 꾹 눌러 찍고는 먼저 회사로 돌아갔다. 기습적으로 당한 뽀뽀에 뒤늦게 이마를 문질러 보았지만 입술의 감촉이 사라질 리 만무했다.

 

안에 앉아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이와이즈미는 마츠카와가 돌아가자 느릿하게 패스트푸드점을 나왔다. 멍한 얼굴로 길거리에 서 있는 하나마키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치자 깜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이쯤 됐으면 너도 인정해, 하나마키."

"어, 어?"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자 이와이즈미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네 얼굴이 어떤지 알아?"

"얼굴?"

"그야말로 사랑에 빠졌지만 죽어도 인정하기 싫다는 표정이다."

 

뭐라고? 다급히 손으로 얼굴을 매만졌지만 달리 바뀌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 행동으로 인해 이와이즈미에게 더욱 확신을 안겨 줄 뿐이었다.

 

"솔직하게 인정해. 누가 봐도 '마츠카와 팀장님이 좋아.'라는 얼굴이잖아, 그거. 다 알면서도 마츠카와 팀장님은 네가 스스로 인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실 생각인가 보네."

"안다고?"

"그래. 어떻게 네 마음을 너만 모르냐? 둘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정말로 마츠카와 팀장님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진지하게 잘 생각해 봐. 좋은 사람이라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응. 그건 뭐....."

 

말끝을 흐리며 애매하게 대답한 하나마키는 복잡한 심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러다 이와이즈미의 상태가 걱정되어 번뜩 고개를 들었다.

 

"아, 너 몸은 괜찮아? 아까 식사도 제대로 못 했잖아. 배고플 텐데."

"네가 마츠카와 팀장님이랑 얘기하는 동안 오이카와한테 죽 사오라고 문자 보냈어. 들어올 때 사오겠지."

"임신 얘기도 했어?"

"아니."

"왜?"

 

당연히 했을 거라 생각했던 하나마키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자까지 했으면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피식 웃으며 걸음을 떼었다.

 

"직접 들어야 더 좋아할 것 같아서. 아깐 나도 갑자기 알게 돼서 많이 당황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좋은 일이잖아. 오이카와도 알게 되면 좋아할 테고."

 

그렇구나. 대답하며 하나마키는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만 해도 그저 당황스러워 아무 생각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둘의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 같아 진심으로 기뻤다. 어서 빨리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릴 정도로.

 

"오이카와 팀장님이라면 아마 하루 종일 입이 귀에 가 걸려 있을 것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지."

 

대답하는 이와이즈미의 입술에도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

 

 

 

아까 점심 시간 이후로, 어쩐지 마츠카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 하나마키는 좀처럼 그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화가 나는 일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아까의 일로 자신에게 화가 나 저렇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규 근무 시간이 모두 끝날 때까지, 마츠카와는 그 날 하나마키에게 한 마디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정확히는 점심 때 이후부터였지만. 어쨌든 그가 하나마키를 이렇게 방치(?)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로지 일에만 미친 사람처럼 팀원들에게도 업무 이외의 말은 하지 않았다.

 

뭐 때문에 저러는 것일까, 싶으면서도 모처럼 일에 집중하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하나마키 역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착실히 수행했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팀장인 마츠카와가 요지부동인 채로 앉아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마감 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원고가 차근차근 도착하고 쌓여 정리를 끝내 가는 중이라면 다행이지만, 빠듯한 일정 가운데서 항상 아슬아슬하게 보내는 작가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관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10시를 넘긴 시간까지도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한 채 야근에 시달리고 있는데, 드디어 마츠카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퇴근하려는 건가? 라며 모두가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으로 인해 실망만 가득 안게 되었다.

 

"다들 좀 쉬었다 하세요. 저도 잠깐만 나갔다 오겠습니다."

 

퇴근하는 게 아니구나. 마츠카와가 사무실을 벗어나자 모두의 얼굴이 동시에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가 퇴근한다면 아직 일이 좀 남아 있더라도 그냥 둔 채 내일 이어서 할 생각이었지만 도무지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팀장으로 인해 팀원들까지 더불어 야근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제가 가서 커피라도 좀 뽑아 오겠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하나마키는 일부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커피 심부름을 자처했다. 사실, 사무실 안에서 나이로만 따지면 마츠카와와 하나마키가 제일 많았다. 다른 팀원들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을 굳이 자청하고 나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슬며시 마츠카와의 뒤를 밟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복도 끝에 있는 자판기로 가 잠이 확 깨는 시원한 캔커피를 여러 개 뺀 하나마키는 그것을 들고 사무실이 아닌 옥상으로 향했다. 이 시간에 회사 안에는 달리 갈 곳이 없을 테니 분명 그곳으로 갔을 거라는 추측에서였다. 왜 왔느냐고 물으면 캔커피를 주러 왔노라 하면 된다는 시나리오까지 짜서 말이다.

 

조심스럽게 옥상 문을 열자, 예상대로 마츠카와의 듬직한 뒷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의 입술을 타고 하얀 연기가 까만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어? 담배 피우시나?

 

자신과 있는 동안에는 한 번도 담배를 입에 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마키는 그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게다가 옷이나 손에서도 담배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피우긴 피우되, 어쩌다 하나 정도만 피우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팀장님."

 

그의 뒤에 다가가 부르자 마츠카와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하나마키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서둘러 담배부터 비벼 껐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주변에 퍼진 연기를 훌훌 털어 버렸다.

 

"어, 왜. 무슨 일이야."

 

그답지 않게 내내 낮은 목소리다. 이렇게 말을 걸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담담한 얼굴로 돌아섰다. 하나마키는 그것이 못내 서운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에게 캔커피 하나를 내밀었다.

 

"커피 드시라구요. 우리 팀 전체에 돌리는 겁니다."

 

아, 씨. 마지막 말은 하지 말 걸. 말을 한 뒤 바로 후회했다. 어쩐지 앞에 말만 하면 그만 챙기러 온 것처럼 보일까 봐 괜히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그러고 나니 마치 '너한테만 주는 게 아니니 착각하지 마라.'는 식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게 아닌데, 후회했지만 말은 이미 뱉은 뒤였다.

 

커피를 받아든 마츠카와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바로 캔을 열었다. 칙,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자 곧바로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그래.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입을 꾹 다무는 통에 옥상에는 바람 부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평소의 그라면, 눈앞에 하나마키를 두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그는 달랐다. 짤막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다시 등을 돌렸다.

 

무안해진 하나마키는 새카만 밤처럼 어두운 그의 등에 대고 꾸벅 인사를 하곤 사무실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에게 싱긋 웃으며 커피를 돌린 뒤 자리에 앉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다시 일어나 옥상으로 돌아갔다.

 

마츠카와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서 있었고, 하나마키가 왔어도 돌아보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그의 등 뒤에 서서 말했다.

 

"팀장님, 저한테 뭐 화나신 거 있으십니까?"

 

조금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대답이 나왔다.

 

"아니."

 

자신이 뒤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얼굴조차 마주하지 않는다는 것에 하나마키는 울컥 화가 났다. 마츠카와가 아니라 하나마키 본인이 화가 나 그의 어깨를 잡아 돌려 세웠다.

 

"그럼 저 보고 얘기하세요."

"........!"

 

돌아서자마자 눈앞에 바로 보이는 하나마키의 얼굴에 마츠카와는 조금 놀란 듯 잠시 주춤했다.

 

"저한테 화나신 게 아니면 뭐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오후부터 내내 기분 안 좋아 보이셨는데 지금까지 그러시네요."

 

눈에 힘을 팍 준 채 노려보듯 저돌적으로 묻는 하나마키를 보며 마츠카와가 짧게 웃었다.

 

"지금 화가 난 건 내가 아니라 너인 것 같은데. 왜 그래?"

"팀장님이 이상하니까 그러지 않습니까!"

"내가 뭘?"

"아니, 그게....."

 

막상 말하려니 또 이상했다. 왜 시비를 걸지 않느냐, 왜 눈을 마주쳐 주지 않느냐, 왜 말을 걸어주지 않느냐. 온통 투정을 부리는 어린애 같은 이유뿐이었다.

 

"그게 뭐?"

"어....그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한 하나마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그런 하나마키를 보고 있자니 마츠카와는 한숨만 나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말로 꿀꿀했었는데, 막상 하나마키와 마주하니 금세 마음이 풀렸다.

 

오늘 하루 정도는 그냥 두려고 했는데, 왜 네가 먼저 와서 나를 들쑤시는 건지 모르겠다.

 

마츠카와는 팔을 뻗어 하나마키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내가 이렇게 널 안으면 너는 놓으라며 파르르 떨겠지, 생각했지만 하나마키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마츠카와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하나마키가 제일 놀랐다.

 

왜 그를 뿌리치지 않는가? 왜냐니, 그의 품이 편안하니까. 마치 꼭 맞는 틀에 들어간 것처럼.

 

-솔직하게 인정해. 누가 봐도 '마츠카와 팀장님이 좋아.'라는 얼굴이잖아, 그거.

 

갑자기 이와이즈미가 했던 말이 번뜩 머리에 떠올랐다. 그의 말대로, 하나마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느 틈에 이 사람에게 빠져들게 된 것일까?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절대로'라는 일은 없으니까.

 

"나 안 뿌리치는 거야?"

 

한참만에야 마츠카와가 물었다. 그러자 품 안에서 하나마키의 머리가 살짝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왜? 내가 불쌍해? 너한테 매달리는 게?"

 

울컥.

 

하나마키가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떨어졌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목소리를 높였다.

 

"팀장님 같이 잘난 사람이 뭐가 불쌍합니까? 돈도 능력도 다 가졌으면서."

 

발끈해서 따지는 모습에 마츠카와는 그저 웃기만 했다. 다 가졌지만 너를 못 가졌지. 네가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어. 

 

"동정하거나 순간의 감정으로 이러는 거 아닙니다."

"그럼 뭔데?"

 

이제는 정말로 대답해야 할 때였다. 하나마키는 눈을 감고 몇 번이나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그의 눈 안에는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사랑스러운 남자가 가득 담겨 있었다.

 

"좋아하니까요."

".........."

 

마츠카와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새빨개진 얼굴로 조금 전보다 더 크게 소리치듯 말했다.

 

"조, 좋아한다고요!"

 

와락-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츠카와는 하나마키를 다시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키스를 퍼부었다. 짧게 했던 지난 번의 입맞춤과는 차원이 달랐다. 뜨거운 숨결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로 깊고 진한 키스에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의 목에 팔을 두르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바싹 매달렸다.

 

마츠카와의 혀가 뜨겁게 파고들어 하나마키를 휘감아 탐닉했다. 치아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듯, 또한 그가 모르는 공간은 없게 하려는 듯이 곳곳을 훑어 내렸다. 격렬하고 열정적인 키스였다.

 

길었던 키스가 끝나고, 입술이 떨어졌을 때 마츠카와는 아쉬움에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반대로 하나마키는 호흡을 내뱉으며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너무도 귀엽게 보여 다시 쪽, 하고 입을 맞춘 뒤 다정하게 품에 안고 등을 다독거렸다.

 

"사랑해, 하나마키."

 

귓가에 속삭이는 달콤한 고백에 하나마키의 얼굴이 내리쬐는 태양처럼 화르르 타올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하나마키 역시 사랑을 고백했다.

 

"저, 저도 그래요."

 

비록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였다 할지라도 마츠카와를 행복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다 문득, 하나마키는 궁금한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팀장님."

"어."

"아깐 왜 그러셨어요?"

"뭐가?"

"엄청 화내셨잖아요. 사무실에서도 일만 하시고."

"아, 그거."

 

대답하기 쑥스러운지 하나마키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한테 화가 난 거였어. 너를 너무 몰아붙이는 게 아닌가 해서. 네 옆자리는 내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긴 했는데, 네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으니까 초조했거든. 그래서 당분간은 그냥 둘까 싶었어. 보면 말을 걸고 싶고, 말을 걸면 장난치고 싶고, 장난치면 만지고 싶고......욕심이 끝도 없으니까."

 

혼자서 힘들어했을 걸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짠해진 하나마키는 말없이 그의 허리에 팔을 둘러 꽉 안았다. 그것으로 대답이 충분했는지 마츠카와의 입술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근데, 우리 둘이서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운 거 아니야?"

 

번뜩 정신을 차린 마츠카와가 난감한 얼굴로 어렵게 품에서 하나마키를 떼어 놓았다.

 

"그러게요. 이제 내려가야죠."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했으니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마츠카와는 막혀 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함께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옥상을 벗어나 실내로 들어오자 새빨개진 하나마키의 얼굴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그것을 본 마츠카와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뭐야, 하나마키. 키스 처음해 봐? 왜 그렇게 빨개져 있어? 귀엽게."

 

정말 웃자고 한 소리였는데, 하나마키 쪽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하나마....."

"처, 처음이면 안 됩니까?"

 

조금 전보다 더욱 빨개진 얼굴로 따지듯 묻는 하나마키의 모습에, 당황한 건 오히려 마츠카와 쪽이었다.

 

"아, 아니."

 

얼떨결에 대답은 했지만, 키스가 처음이라는 하나마키의 말에 마츠카와의 기분은 미친듯이 업 되고 있었다.

 

"진짜 처음이야? 정말로?"

"...네. 저는 그게 처음이었습니다."

 

너 서른이 될 때까지 뭐한 거야? 라는 질문은 가슴 속에 넣어두기로 했다. 아무렴 어떠한가? 내가 처음이라는데.

 

마츠카와는 날아갈 듯한 마음으로 하나마키의 머리를 꼭 안고 쪽, 쪽, 뽀뽀를 날렸다.

 

"아 뭐하시는 겁니까? 이거 놓으세요! 놓으시라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나마키는 뿌리치는 팔에 힘을 주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처음이 되었는 것에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여전히 티격태격했지만, 사무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